[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백화점 업계가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신년 세일 효과로 1월 깜짝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설 명절 효과 등이 겹친 실적으로 이를 바탕으로 웃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까지 진행된 신년세일에서 주요 백화점은 모두 20% 이상의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신년세일을 시작한 지난 2일부터 22일까지의 매출은 전년대비 21.9%(기존점 기준) 증가했다. 상품군별로 보면 대형가전의 매출이 33.3%로 가장 많이 늘었고 이어 해외패션 24.3%, 스포츠 14.2%, 모피 10.7%, 아웃도어 3.9%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1월 세일에 들어가면서 혹한의 날씨가 지속돼 겨울 외투 판매가 증가하며 패션 부문 매출이 신장했다"며 "특히 대형가전, 해외패션 등 객단가가 높은 상품들도 판매가 늘어나 신년 세일 기간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069960)의 매출은 21.1% 늘었다. 역시 해외패션(25.1%), 모피 등 여성의류(24.3%), 아웃도어(25.1%), 장갑·목도리 등 시즌잡화(23.1%)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004170) 백화점의 매출은 전년대비 36.6% 늘었다. 강남점 증축과 부산 센텀시티몰 오픈 등 신규 점포 효과로 타 백화점 대비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의 세일 중 가장 높은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성적표라는 것이 업계의 속내다.
지난해 말 세일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매출 역신장을 불러올 정도로 악화됐던 소비가 뒤로 밀려난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국 불안과 따뜻한 날씨 등의 영향으로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11~12월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0.8~1.5% 줄었다. 보통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에 판매가 늘어나는 아웃도어 등 방한의류의 매출이 1월에 급신장한 점도 소비가 뒤로 미뤄졌음을 반증한다.
세일기간과 겹친 설 선물세트 판매 실적은 한숨을 깊게 만들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9~22일)은 전년동기대비 9.1%, 신세계백화점(12~22일)은 3.7% 줄었다. 롯데백화점(2~21일)만이 1.3% 소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예상치 못한 매출 부진에 백화점들은 이례적으로 설 직전에 선물세트 특별 할인전까지 진행하며 매출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이나 IMF 때에도 명절 선물세트 매출이 역신장한 적이 없었다"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첫 명절로 5만원 이하 선물세트로 수요가 몰리며 실제 고객 수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미약한 설 특수조차 1월로 앞당겨지며 2월에 또 다시 소비절벽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설과 신년세일이 겹치면 매출이 당연히 잘 나올 수밖에 없다"며 "1~2월 매출을 함께 봐야 정확한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롯데백화점 본점 신년 세일 행사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