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피한 삼성SDI, 신뢰도 추락…안전성 확보 관건

"안전성 강화에 1500억원 투자"…향후 배임 논란 가능성도

입력 : 2017-01-23 오후 4:46:59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잇달아 발생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의 주요 원인을 '배터리 결함'이라고 결론 지으면서 배터리 공급처인 삼성SDI(006400)는 안정성 확보가 향후 과제로 남게됐다. 또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LG화학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게 당분간 수주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신들이 요청한 배터리 설계에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혀, 삼성SDI는 실질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스스로가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세트메이커로서 어떤 부품이 들어오든지 안전성, 품질 측면에서 검증을 제대로 못한 포괄적 책임은 삼성전자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협력사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국내외 전문가들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에 들어간 삼성SDI의 배터리는 오른쪽 코너 부분에서 눌림 현상이 내부 단락(합선)을 발생시켰다. 중국 ATL 배터리의 경우는 비정상 융착돌기가 문제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는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에 맞춰 제작을 해야하는데, 너무 혁신을 강조하면서 좁은 공간 안에 많은 용량을 집어 넣다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갤노트7 이전 모델에서는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고,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같다"고 평가했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번 발표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을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설계한 측면이 있었던 게 주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해)여러가지 극한의 조건에서 검증을 더 철저하게 거쳐야 할 것"이라며 "갤노트7은 경쟁사에 대비해 한달 정도 빨리 출시하기 위해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원인 규명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조사의 타당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갤노트7이 하드웨어적으로 과거에 비해 좀 더 가혹한 조건에서 배터리가 구성되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삼성SDI가 이번 일로 타격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1500억원을 투자해 안전성 강화 조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배터리 소손의 원인으로 지적된 음극재 눌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세부 관리 항목을 강화하기로 하고, 샘플링 조사가 아닌 전 제품에 대한 엑스레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삼성SDI 측은 삼성전자의 차기작 '갤럭시S8'에도 계속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SDI는 "문제가 된 폴리머 배터리 판매량이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갤노트7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올해 1분기엔 갤노트7 사고 이전보다도 대폭 신장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회사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모두 함께 모여 극복해 환골탈태 할 지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스러져 갈지 우리의 각오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이어 "제품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업무 관행을 정착시켜 우리의 새로운 DNA로 각인시키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갤노트7으로 입은 손실에 대해 삼성SDI와 ATL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 사장의)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은 앞으로 협력관계를 끊고 소송을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제 원인 규명을 한 단계라서 구체적인 법적 책임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고, 아마도 계약서에 책임에 관한 부분도 있겠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소손 현상을 재현하기 위해 대규모 충방전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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