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작년 11월 1순위 청약 자격 강화와 재당첨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일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분양 시점에 따라 청약경쟁률은 물론 최종 계약률까지 달라질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책 이후 정부는 각종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돈 줄이 막혔으니 부동산 시장이 냉랭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올해 분양계획을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1분기의 경우 전국 분양 예정물량은 4만8445가구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6%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선호도가 높은 10대 건설사 물량이 지난해와 비교해 4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물량 대부분이 입지가 좋고 상권 등 인프라가 이미 조성된 정비사업 물량이다. 11.3 대책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줄고 청약 경쟁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는 해도 건설사들은 여전히 수요층이 살아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고공행진을 지속했던 강남3구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실수요 비중이 높은 일부 강북지역에서는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의 아파트 가격은 11.3 대책 다음 주인 11월 둘째 주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쭉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 마포구, 서대문구 등 도심권 지역 아파트는 대책 이전에 비해 상승폭은 둔화됐지만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고 분양가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서울 강남구 일부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가 ㎡당 40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대출이 필요 없는 고소득 투자 수요 역시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하반기 입주대란 우려가 여전하지만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서울은 이주수요로 인해 다른 도시에 비해 과잉공급 가능성도 낮다.
반면 올해 분양시장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더불어 전반적인 경기 침체 그리고 불안한 정국 탓에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것이란 얘기다.
11.3 대책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청약 경쟁률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청약 불패로 여겨졌던 서울에서도 메이저 아파트의 1순위 청약이 미달되는가 하면 강남구 단지에서도 미계약분이 남아 있는 상태다. 대책 이전 수도권에서는 메이저 브랜드 아파트가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경쟁률은 수백대 1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조기 대선이 4월 중 실시될 경우 분양시장은 성수기 효과도 제대로 누리기 힘들게 된다. 당초 설 이후 본격적인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은 하반기로 분양시기를 미룰 수 밖에 없다. 분양시장 열기가 지속되길 바라는 건설사들로서는 조기 대선이 악재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대선 공약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어 건설사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대책과 더불어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정부가 원했던 대로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제 더 이상 '묻지마 청약'은 없다. 오로지 좋은 상품만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다가오는 봄, 청약시장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만이 답이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