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변화' 택한 은행권…"젊고 빨라진다"

'50대 CEO' 전성시대, "연공서열보다 능력·성과중심"
부행장도 1960년생 포진 가속화, 영업력 강화에 올인

입력 : 2017-01-3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작년 말부터 시작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인선 경향을 보면 '안정 속 변화'가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출신 선임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이어가면서도 젊은 감각을 갖춘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올해도 미국 금리인상 속 핀테크 등 변화의 바람이 거센 만큼 연륜보다는 성과를 우선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추가적인 인사 쇄신을 통해 영업통과 젊은 피를 전진 배치하면서 변화의 파고를 넘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1957년생(만 59세),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1959년생(만 57세)으로 모두 50대에 최고 자리에 올랐다.
 
신한지주(055550)는 이달 중순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그룹 회장으로 선택했다. 한동우 현 회장과 회장추천위원회도 '순리'를 강조하면서 '안정적인 권력 교체'에 방점을 찍어, 충분히 예견한 인사였다는 평가다. 이렇게 안정을 챙긴 신한지주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한 회장과 조 내정자는 9년 터울인데, 이번 경영 승계로 세대 교체를 이루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회장의 경우 연령 제한이 만 70세로 제한이 돼 있는 만큼 조 내정자는 최대 10년간 그룹의 장기비전을 세울 수 있는 시간을 챙겼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장 인선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조 내정자보다 젊은 후보군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진(1958년생, 만 58세)·임영진(1960년생, 만 56세) 지주회사 부사장 등에다 그룹 회장 경쟁에서 용퇴한 위성호 사장(1958년생, 만 58세)이 거론되고 있다.
 
연공서열 상으로는 위성호 사장과 김형진 부사장이 유력하지만 임영진 부사장에 대한 신뢰도 높은 편이다. 임 부사장은 고(故) 서진원 행장이 와병 중일 때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만약 임 부사장이 행장에 오르면 60년대생 행장이 탄생하게 된다.
 
기업은행(024110)도 3연속 내부출신 행장을 배출하면서 안정과 변화를 함께 챙긴 곳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50대에 최고 수장에 오르며 임원 첫 인사로 60년생을 중용했다. 배용덕·오혁수·김창호 신임 부행장은 1962년생이며 최현숙 부행장은 1963년생이다.
 
김도진 행장은 이미 은행을 떠난 계열 저축은행 대표를 은행의 2인자인 전무(수석부행장)로 앉히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진 연령대가 젊어진 측면도 있지만 성과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다는 게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주 민영화 성과를 이룬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2014년부터 행장을 맡아온 이광구 행장이 연임하면서 우리은행은 사업 연속성을 유지한 데다 지긋지긋한 '상업은행-한일은행 출신' 구도를 깨는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당장 우리은행 임원 대부분이 오는 3월에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임원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 2014년 취임후 수석부행장직을 폐지하고 국내영업과 해외영업, 영업지원그룹 등 3개 그룹장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 같은 그룹장 제도를 유지하면서 수석부행장 체제보다 전문성 확보하는 방향을 간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동수가 되도록 임원을 구성한 방식도 점차적으로 없앨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행장은 연임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객관적 성과 평가 기준에 따라 인사를 다시 시작하는 게 바르다는 사외이사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객관적 평가 기준, 인사 원칙 등 개선안을 6월까지 만들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권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강한 은행권에서도 연초부터 세대 교체를 비롯한 인사 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며 "빠른 속도로 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응하려면 연륜 보다는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현 신한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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