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58년 업력의 현대페인트가 생존 기로에 섰다. 지난 20년간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아온 현대페인트가 오는 9월 본사 부지의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그 이전에 투자자나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11월 액체도료를 생산하는 공장(왼쪽 사진)이 철거된 모습. 사진/현대페인트
지난 26일 기자가 찾은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현대페인트 본사. 정문에 들어서자 공사 준비에 한창인 공터가 눈에 띄었다. 나상대 현대페인트 노조위원장은 "20년간 투기자본들에 의해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공장까지 철거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 연휴의 기쁨도 없었다. 지난해 11월 7000여평의 현대페인트 공장 부지 가운데 5000여평의 공장이 철거됐다. 아직 작동 가능한 기계장비들은 대형 비닐로 덮인 채 본사 앞마당 한편에 쌓여 있었다. 공장이 철거된 자리에는 자동차 부품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장 철거로 인해 기계장비들이 마당 한켠에 쌓여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내달 말로 현대페인트가 설립된 지 58년이 된다. 설립 후 20년간 연 15%의 고속성장을 이어왔던 현대페인트는 1989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하지만 상장을 통해 자금조달과 지속성장을 확보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주식 발행으로 얻은 자금을 각종 투기에 쏟아 부었고, 회사는 결국 1998년 부도를 맞게 됐다. 이후 네 차례의 매각과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경영 위기가 이어졌고, 지난해 11월21일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지 27년 만에 상장 폐지됐다.
그 사이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1995년 연매출 510억원을 기록했던 현대페인트는 지난해 200억원을 간신히 넘었다. 10년째 적자 신세도 면치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직원 350여명이 근무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직원은 78명이 전부다. 나 위원장은 "여전히 '현대페인트'에서 일하고 싶은 직원들이 남아 일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이 유지되길 희망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투자자나 새 주인을 찾는 게 급선무다. 현재 현대페인트는 액상도료 공장이 철거됨에 따라 분체도료만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오는 9월말 분체도료 공장 부지 역시 임대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어 임대 연장, 대체부지 마련 등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현재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게 현대페인트 측의 주장이다. 현대페인트는 지난 11월 인천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2개월째 법원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 위원장은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아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천법원에서 선임된 대표가 경영권을 가지고 있지만 법원의 판단이 지연됨에 따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루가 시급한 만큼 결정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