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새해 첫 출근일에 내린 눈만큼 KB국민금융의 앞날이 힘겹다. 구랍 31일 강정원 회장 내정자 사퇴에 이어 금융당국 종합감사, 사외이사제도 개선안 까지 KB금융을 향한 전방위 압박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 회장 선임 방식 변경 예고
KB금융 차기 회장 선임은 빨라야 3월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새로 구성돼 후보추천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적어도 두 달 이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먼저 사외이사 9명으로만 이뤄지는 회추위 구성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종합감사 이전에 이뤄지는 사전조사 결과 KB금융 사외이사의 비리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강 행장 사퇴에 이어 몇몇 사외이사도 조만간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의 사전조사 결과 한 사외이사는 회장 후보로 추대해주는 대신 국민은행장 자리를 요구했고 또 다른 두 명의 사외이사들은 KB금융 전산시스템 기종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몇몇이 사퇴한 후 빈자리는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게 된다. 새 사외이사는 정부 입김이 들어간 인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은데, KB금융 지분 5.26%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이미 공개적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사외이사들은 현재 금융위가 마련 중인 개편안에 따라 임기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사외이사 초기 임기 2년은 보장하되 최장 5년으로 제한하고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개편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KB금융 사외이사는 최장 9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회장 선임 방식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강 행장과 사외이사의 유착 가능성으로 질책을 받았던 기존 제도 대신 외부 인사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공모 형태의 회장 후보 추천 방식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KB금융 내부 출신 인사 대신 외부 인물이 KB금융의 새 수장이 될 수도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아직까지 뭐라고 예단하긴 힘들다"며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 M&A 전략 차질 불가피
지난해 12월16일부터 일주일간 실시된 사전검사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4주 동안 진행되는 종합검사도 적잖은 부담이다.
금감원은 사전검사에서 사외이사 운영의 문제점, 카자흐스탄 국민은행 센터크레디트은행 투자 손실 등을 포함해 경영 실태 전반을 살펴본 데 이어 종합검사를 통해 법규 위반 사항이 있는지 들여다 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종합검사 결과에 따라 '강 행장이 10월까지 행장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럴 경우 KB금융의 컨트롤 타워가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KB금융의 M&A전략은 일정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강 행장은 비은행부문 수익 구조 개선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푸르데셜 증권, 외환은행을 인수하겠다고 오래 전부터 밝혀왔다.
금융당국 종합검사 결과와 새로 선출되는 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에 따라 이런 인수전략도 변화를 겪을 수 있다.
◇ 은행권, KB금융 파장 예의주시
다른 은행들도 KB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외이사 제도가 전면 개편되고 금감원이 올해부터 4대 은행에 대해 매년 종합검사를 실시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라응찬 신함금융지주 회장, 13년째 하나금융지주을 이끄는 김승유 회장도 자칫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모습이다.
강 행장은 6년째 국민은행장을 무난히 맡아 왔고 당국이 꼽을만한 불법행위도 없었다. 사외이사들로만 회장 후보를 뽑다보니 '전횡 문제'가 얘기됐지만 감독당국은 사전에 이에 대한 정책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금융계 한 관계자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는 글로벌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선출 과정에 금융당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국제적 비난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도 “당국의 권한남용과 표적검사이자 관치금융의 부활”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 행장 사퇴의 파장은 계속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