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측이 한 차례 증인신청이 기각된 기업인들을 다시 증인으로 신청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나오게 될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앞서 이 부회장을 포함한 기업인들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1일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이미 한 차례 증인신문이 이뤄진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비롯해 추가로 15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기업인들은 이 부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이 부회장 등은 뇌물죄 등의 성립여부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고, 권오준 회장은 불리한 진술을 했기에 확인하고자 신청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9차 변론에서 이 부회장 등에 대해 "미르재단에 출연했거나 인사청탁 기업, 임직원 관련 사실 조회가 와있고, 수사기관의 관련자 진술로 피청구인 입증 취지 자료가 충분하다"며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입증취지를 보완해 재차 기업인들에 대해 증인신청을 했다. 탄핵소추 사실로 적시된 뇌물죄 성립을 반박하기 위해 이들을 법정에서 신문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 측 입장이다. 이들에 대한 증인채택 여부는 다음 탄핵심판이 열리는 7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등에 따르면 공개오찬과 개별면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자금 지원 지시를 했고, 이 부회장이 총 430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한 뒤 그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얻어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됐다. 김창근 SK 수펙스협의장은 2015년 8월13일 “하늘같은 이 은혜를 잊지 않고 산업보국에 앞장서겠다.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식구들 대신해 사면복권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안 전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의장이 2015년 7월 박 대통령과의 공식오찬과 개별면담을 한 뒤였다. 당시 최 회장은 비리혐의로 수감 중이었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SK그룹은 미르·K재단에 총 111억원을 냈다. 롯데그룹은 미르·K재단에 이미 45억 원을 출연한 상태에서 박 대통령과 단독면담 이후 추가 K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 70억원을 돌려받았다.
한편 헌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더블루K 전 부장 류상영씨의 컴퓨터에 녹음 파일 2000개가 있다며 이를 서울중앙지검에서 받아달라고 헌재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파일에는 류씨의 통화 녹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박헌영 K재단 과장 등의 회의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녹음파일을 제출받아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은 지난 10차 변론에서는 “탄핵심판 발단은 고영태-최순실의 불륜에서 시작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고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녹음파일을 통해서는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알게 된 이들이 악의적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녹취록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