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피의사실에 대해 이의를 신청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31일 김 전 실장이 자신의 피의사실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법원에 이의를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특검팀은 특검법 제19조에 따라 김 전 실장에 대한 피의사실이 특검법 제2조의 수사 대상에 명백히 해당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서울고법에 보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지난달 20일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변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고법은 이의신청을 접수한 후 48시간 내 이를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전 실장은 근무 기간인 지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총괄하고,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이날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알선수재 혐의로 강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그동안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이날 특검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지난달 25일과 26일 강제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최씨는 이후 30일 소환 통보를 거부했고, 이에 특검팀은 31일 알선수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최씨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에 현지 업체 M사를 참여시키는 대가로 이 업체 지분을 차명으로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K타운 프로젝트는 미얀마에 한류 관련 기업이 입점할 760억원 규모의 컨벤션 센터를 무상으로 건립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지만, 사업 타당성 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추진 과정에서 무산됐다.
또 최씨는
삼성전기(009150) 글로벌마케팅 실장이었던 유재경 주미얀마 대사를 여러 차례 만난 후 대사로 추천하는 등 임명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유 대사는 지난달 31일 특검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누가 대사로 추천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최씨와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이후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 최씨의 추천 사실을 인정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