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11.3 부동산 대책과 과잉공급 우려, 정부의 대출 규제 등으로 올해 분양시장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아파트 공급은 여전히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양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 업체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급 조절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양극화는 물론 시장 장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 예정물량은 2만가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2월 분양 물량 중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다. 전달 1만2600여가구가 공급된 것과 비교해도 8000가구 가까이 늘었다.
한 분양홍보업체 관계자는 "올해 분양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물량이 많다. 작년보다 더 연초에 더 바쁜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 많은 물량을 쏟아냈지만 자체 보유 토지가 아닌 단순 시공 사업도 계속 있는 상황이다. 어차피 분양해야하는 물량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기가 좋을 때 공급하는게 좋다고 판단해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한 단지 견본주택 모습. 올해 초에도 건설업체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이어지면서 시장 침체 가속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최근 2~3년 간 대규모 물량이 공급된데다 올해 입주물량도 많아 이들 물량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 대출 금리 인상 및 상환 부담 증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도 부담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투기성 청약 규제가 강화된데다,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 2월 이후 입주물량이 대거 몰리면서 미입주에 따른 시장 침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잔금대출에 대한 상환 압박이 커지고,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예비청약자들이 쉽게 분양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주요 단지들 가운데 미계약이 늘어나는 등 시장은 이미 상황이 좋지 않다. 공급물량이 늘어날수록 양극화는 더 심각해지고, 시장 침체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들 가운데서도 층이나 향이 좋지 않을 경우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이미 '묻지마 청약'은 사라졌다"며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입지나 분양가에 따라 청약 결과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건설업체들의 자발적인 물량 조절이 없었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라며 "결국 이는 시장 침체를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고, 그대로 부메랑이 돼 또 다시 호황 뒤 장기 불황을 겪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