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간 ‘2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1위 후보가 50% 이상 득표하지 못할 경우 2위 후보까지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대연정론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대선주자 사이의 도화선이 된 현안은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이다. 안 지사는 지난 2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국가운영에서 노무현 정권이 못다 이룬 대연정 헌법의 가치를 실천할 것”이라며 “헌법은 기본적으로 대연정을 하라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어떤 정치인, 정치세력이라 할지라도 경쟁할 수 있지만 경쟁이 끝나면 그와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지난 2일 입장문 발표에 이어 5일 국회에서 직접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안 지사와 각을 세웠다. 그는 안 지사를 향해 “청산 대상과 함께 정권을 운영하겠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을 저버리고 친일독재·부패세력에게 ‘탄핵이 되더라도 살 길이 있다’는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 키즈카페에서 열린 ‘2040과 함께하는 아이키우기 브런치 토크’에서 “저의 대연정 발언이 자꾸 곡해되고 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의회와 협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재벌개혁을 통과시키려 해도 의회에서 과반, 안정적 다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법은 통과를 못 시킨다”며 대연정 발언의 당초 취지에 대해 강조했다.
사실 이 같은 공방전은 두 대선주자 간의 정치적 이념과 전략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지사는 그간 경제·노동 분야 등에서 ‘보수적 진보주의자’ 스탠스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안 지사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공략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반면 탄핵정국에서 소위 ‘사이다 발언’으로 야권 내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이 시장의 경우 선명한 ‘야성’을 내세우는 행보를 펴고 있다. 안 지사가 사실상 중도층을 껴안는 행보를 보이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이 급등하자, 이 시장이 진보 진영의 전통적인 현안을 중심으로 안 지사와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두 대선주자 간의 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은 대연정 문제 외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 시장은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 440개의 법인세를 22%에서 30%로 올려야 한다”고 밝히는 등 재벌개혁 문제를 두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대기업 대상 법인세율 30%안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전인 김영삼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28%)보다 높은 수준이다.
안 지사는 재벌개혁 등 경제정책과 관련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야권의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수용하는 태도를 나타낸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는 당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법치의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법인세 관련해서도 실효세율을 현실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이 시장은 복지공약 관련해 증세를 통한 기본소득 도입을 핵심 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 29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민, 농어민과 장애인 등 생애주기별, 특수계층에 지급하는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내놨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국민에게 돌려주는 30만원을 합치면 국민 1인당 연간 13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지사는 복지 정책에 있어서 이 시장 등 다른 야권 주자들과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기본 소득제와 토지 배당 공약을 앞세운 이 시장을 겨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왼쪽 첫번째)와 이재명 성남시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2017 국민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