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방정부 경영 능력을 갖춘 지방자치단체장 출신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차기 대통령은 인수위 과정 없이 곧바로 국정수행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정권교체’인 민심의 큰 흐름이 탄핵 판결을 계기로 ‘정치교체’ 혹은 ‘세대교체’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현직 지자체장으로 업무수행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아직 50대에 불과한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나이순)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51.2%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전임자였던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전 시장의 방만한 시정을 강력 비판하면서 6552억원의 부채를 이유로 모라토리엄(부채 지불유예)을 선언한다.
이 시장은 모라토리엄을 3년 만에 졸업하고 꾸준히 재정건전성을 확충했다. 작년 말 기준 채무 잔액은 968억원으로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3.25%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지자체 평균 채무비율 13.42%(2015년 기준)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특히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청년배당·무상 산후조리·무상교복 지원’ 등 3대 무상복지 사업을 추진했다. 작년 4월 박 대통령이 직접 “성남시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줄여야 한다”고 발언하고 정부여당의 집중 공격이 이어졌지만, 이 시장은 단식투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또 이 시장은 시장실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집무실에 ‘청렴 CCTV’를 설치해 시민들의 감시를 자청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성남시는 작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에서 최우수(SA)등급을 획득했다. 이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첫 당선 때보다 3.9% 포인트 오른 55.1%의 득표율로 재신임을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는 4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2014년 50.4%의 득표율을 얻어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김진표 후보(49.6%)를 간신히 제쳤다. 여기에 경기도의회는 민주당(72석)·새누리당(44)·무소속(8)·국민의당(3) 순으로 분포돼 야권이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이에 남 지사가 선택한 것이 좌우연정이다. 남 지사는 취임 직후 사회통합부지사직을 신설하고 야권이 추천한 이기우 전 의원을 임명했다. 도의회와는 ‘경기도 연정 실행위원회’를 출범시켜 예산 편성을 함께 했다. 그 결과 야권이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생활임금을 광역자치단체에서 최초 도입하는 성과를 올렸다. 진보성향의 이재정 교육감과도 공동 토크쇼를 주최하는 등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약이행성과 역시 SA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공약뿐만 아니라 야권 후보의 공약도 적극 수용해 추진한 점이 돋보인다.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따복마을’(따뜻하고 복된 공동체) 사업 추진 등 도민들과의 소통 강화 노력 역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남 지사가 가장 성과를 자부하고 있는 것은 ‘일자리 70만개 창출’ 사업이다. 남 지사는 지난 달 25일 출마선언에서 “지난 2년 동안 경기도에서 29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작년 전국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혁신으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대권도전을 포기한 현 시점에서 ‘충청대망론’에 가장 가까이 있는 후보다. 특히 도지사 취임 이후 자신의 몸값을 한껏 끌어올렸다.
안 지사가 처음으로 당선된 2010년에는 42.2% 득표에 그쳤다. 당시 보수표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으로 분산된 것에 힘입어 당선된 측면이 컸다. 그러나 4년 후 안 지사는 52.2%의 지지율을 확보한다. 보수단일 후보 새누리당 정진석 후보를 8%포인트 이상 제치고 여유롭게 재선에 성공한다.
이러한 약진의 배경에는 안 지사의 성공적인 도정운영이 있다. 안 지사는 취임 후 4년 연속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이행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A’를 획득한다. 작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에서 4월에서 12월까지 9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안 지사는 핵심공약으로 ▲국제물류거점지대 도약을 위한 기반 구축 ▲상생하는 경제생태계 구축 ▲3농 혁신의 지속 추진 ▲생애 맞춤형 복지서비스 ▲환경투자 확대 및 환경 기반시설 확충 등 136개 항목을 공약했다. 이중 112개(83.35%)가 완료 혹은 이행 중인 공약으로 분류된다.
또 충청도는 지역내 포괄적 거버넌스 노력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자문위원회 및 도민평가단 구성 등에 관한 조례를 마련하고 공약이행 과정에서의 민간 전문가 및 도민들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편 차기 대권을 향해 경쟁하는 이들 3인의 관계를 보면, 남 지사와 안 지사는 소속 당이 달라도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 시장은 이 둘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가 흥미롭다.
남 지사와 안 지사는 소위 ‘좌우 대연정’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함께 주장하는 등 ‘국토균형발전’에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 지사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안 지사에게 국무총리를 제안할 수 있다는 발언도 한다.
반면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이 둘과 불편한 관계다. 남 지사와는 지난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책임공방으로 각을 세웠고, 판교 운중물류단지 사업, 복지예산 관련된 문제 등에서 대립하며 악연을 이어왔다.
당내 경쟁자인 안 지사와는 ‘대연정론’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 시장은 안 지사에게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라며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안 지사는 “과거의 적폐를 덮고 가거나 새누리당을 용서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회 정치의 대화와 타협 구조를 정상화시켜 시대의 개혁 과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의 대권도전에 대해 이광재 한국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자체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지역에서 행정 경험을 가진 분들이 대선에 도전하는 것은 조기대선 국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련 선거법이나 지자체장이 중간 사퇴하고 나왔을 경우 지역이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도 있다”면서 “그 부분은 차후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희정(왼쪽) 충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공동 공약을 발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