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저금리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산관리를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최근 자산관리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실제로 은행들은 자산관리 조직 확대, 신규 상품 출시·서비스 확대 등 자산관리에 대한 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에서 업계 선두라고 평가를 받는 하나은행은 이같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성엽 하나은행 WM사업단장은 "고객 자산증식이 곧 은행의 수익인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김성엽 하나은행 WM사업단장을 만나 고객의 자산관리가 중요시 되고 있는 시장 상황과 앞으로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은행들이 자산관리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앞다퉈 선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산관리를 필요로하는 금융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가 총 인구의 14%이상)로의 진입이 예상되면서 은퇴 후 자산 구축 필요성과 자본시장의 커져가는 변동성, 불확실성이 충돌해 일반적인 금융소비자도 자산관리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저성장·저금리의 상황에서 오는 은행산업의 수익원이 전통적인 이자수익에서 자산관리 관련 판매와 자문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으로 변화해야하는 필요성도 자산관리가 주목받는 원인으로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은퇴자산과 재무관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에 따라 은퇴 후만 아니라 재산 형성기인 은퇴 전 금융거래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사적연금, 즉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은 연금사업부를 새롭게 통합 개편했다. 또한 은퇴 후 생활자금의 원천을 '재산의 개념'에서 '현금흐름의 개념'으로 전환해 보다 쉬운 상담과 안내가 가능하도록 접근했다. 또 간편하게 은퇴자산 준비를 위한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는 '은퇴설계 시스템'을 개발해 영업점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은퇴 후부터 발생되는 필요 생활자금의 현금흐름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원하는 은퇴 후의 생활 설계가 가능하다. 아울러 조직개편과 시스템 개발을 통해 사회 초년생으로부터 은퇴를 앞둔 중년의 손님까지 폭넓은 손님을 대상으로 연금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자산관리 시장의 트렌드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올해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촉발된 세계경제 성장률의 하락 우려와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 가능성,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위기감, 유럽의 경제회복세가 얼마나 견조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의구심, 12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후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유가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한 이익전망 등 연초부터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리의 경우, 최근 급등세로 지난 2014년 이후 3년 간의 금리하락 추세가 상승추세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돼 이에 따라 당분간은 위험관리 속에 높아진 단기금리를 수취하는 전략과, 금리 상승 우려에 대한 뱅크론 펀드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뱅크론은 금융회사가 투자 적격 등급(S&P평가 기준 ‘BBB’) 미만의 기업에 돈을 빌려준 뒤 가산금리로 이자를 받는 대출채권이다. 이자가 금리 상승에 연동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그동안 하나은행의 PB분야 성과와 추진 내용을 설명해준다면.
하나은행은 핀테크기업의 도전과 함께 저금리, 저성장 그리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직원의 PB화'와 '사이버(Cyber)PB'시스템 개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모든 영업점에 행복파트너를 배치해 자산관리가 필요한 고객께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보다 전문적인 자산관리 및 은퇴설계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동안 최소 1억이상 자산가들에게 제공하던 PB서비스를 3000만원 예치고객들로 확대하고 이러한 고객과의 관계를 자산의 증식과 관리라는 첫 단추를 끼워나가는 것으로 시작해 은퇴설계와 가족자산관리 등의 인생자금플랜을 함께 그려나가는 중장기적인 관계로 키워 나가겠다는 것이 WM사업단의 포부다.
-좀 더 구체적인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해 알려달라.
일단, PB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던 자산관리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했다. 투자상품 판매와 관리에 대한 노하우 뿐만 아니라 손님관리를 잘하는 방법 등의 PB노하우를 집약해서 연수에 활용하고 있다. 자율연수를 통해 주말과 업무종류 후에 자기계발을 꾀하고 있어 직원들의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2월에 국내 은행 최초로 도입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Cyber)PB를 전면 개편해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새로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모바일 앱과 인터넷 웹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며 저금리 시대에 젊은 층에게도 자산관리의 폭을 넓히는 하나은행의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통해서 시장환경에 대응하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고, 보유중인 금융자산들의 진단과 리밸런싱 및 투자대안을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또는 주기적으로 제공받음으로써 손님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해외통화를 활용한 투자포트폴리오도 제시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기회를 놓치지 않고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WM사업단의 올해 중점 추진 방향은 무엇인가.
올해는 기존 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 조직을 개편했다. 지난 2015년 9월 통합은행 출범과 지난해 6월 성공적인 전산통합 이후 자산관리 비지니스에 있어서 시장선도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려는 조치다. PB명가로 이름을 떨쳤던 하나은행의 자산관리노하우를 통합은행으로 확산해 시너지를 제고하고 있으며 저성장, 저금리의 금융환경이 예측되는 지금 시점에서 연금상품을 활용한 손님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함께 고민하려는 이러한 선택은 전략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새로운 개념의 금융과 문화 복합공간을 선보이고자 준비 중이다. 삼성동 소재의 복합공간이 들어서면 금융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은행뿐 만이 아니라 증권과 보험,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자산관리(PB)와 투자금융(IB) 등의 복합금융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상대 수익이 높은 투자상품을 접할 수 있으며 세무와 법률자문, 그리고 부동산자문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신개념의 금융서비스가 하나은행에서 가능하도록 차별화 하는 것이 목표다.
-외환은행과 통합으로 PB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있었는가.
지난해 구외환은행의 글로벌역량과 구하나은행의 PB명가 노하우를 기반으로 '비과세 해외주식 펀드' 출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1262억원(6만6872계좌)을 판매해 펀드 판매 은행 중에 판매액 뿐만 아니라 계좌수 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특히 외화자산을 활용한 달러ELF도 압도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비과세(1인당 3000만원)혜택과 안정적인 적립식 투자, 통화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손님들의 니즈에 맞는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이고, 전직원의 PB화를 통한 영업점 직원들의 자산관리 역량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난 2015년 6월 하나은행은 역삼역에 외국인 자산가를 위한 IPC(International PB Center)을 개설했으며 이 곳은 하나은행의 자랑인 자산관리(PB)서비스와 외국환 그리고 글로벌네트워크 역량 등을 총집결해 원스탑(one-stop)서비스를 제공하며 지난해에는 거액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자금을 유치하고 한·중 최초의 역외 위안화대출에 성공하는 등의 실적을 거둔 바 있다.
-PB분야에 처음 뛰어든 때와 지금의 국내 PB시장은 어떻게 변했나.
처음으로 PB로 부임했을 당시 국내에서는 PB라는 직책이 손님들에게 다소 생소했을 때다. 1년 정기예금금리가 연 13% 수준이었으니 굳이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를 하려면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PB가 무엇인지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를 통해 어떠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손님이 먼저 알고 계신 상황이다. 이에 맞춰 하나은행의 PB서비스도 많은 발전을 해왔다. 단순한 투자상품 거래 뿐 만 아니라, 상속증여 센터(세무, 법률 전문가로 구성)를 통한 자산승계, 가업승계 플랜을 세우는가 하면 부동산 자문서비스를 통해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위한 감정평가와 매물 분석서비스를 받아 볼 수도 있다. 또한 IMF와 카드사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포트폴리오 관리의 중요성과 위험관리가 왜 필요한지 절실하게 배웠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이고 위험대비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까지 다양한 투자상품이 개발됐고, 관련 법령을 갖춘 점도 달라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현재 하나은행을 거래하시는 손님은 누구나 인근 영업점을 방문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은퇴설계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은퇴설계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3427명의 은퇴설계전문인력(ARPS)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영업점에 배치된 행복파트너가 주로 이러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WM사업단은 앞으로도 은퇴설계 관련 상담 능력과 필요 소양을 지속적으로 확대 육성할 방침이다. 은퇴 시장은 이익추구의 입장에서는 공략의 대상이지만 은퇴계획이 장기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손님과의 동반자 개념에서의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은퇴시장에서 양적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손님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김성엽 하나은행 WM사업단장의 모습. 사진/하나은행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