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이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고 지금 알려지는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원하는 상황이 아니지만, 어떤 선택도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채권투자자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시사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8일 취임1주년을 맞아 '2017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추가 지원 불가방침을 비롯한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이동걸 회장은 "대우조선의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 문제"라며 "현대상선에서 선택한 방법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권 뿐 아니라 공모채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병행한 바 있다. 이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대우조선의 경우에도 사채권자 협의를 통해 공모채권 상환유예 등 채무재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은 시중은행의 지원 참여와 관련해 "지금처럼 신용공여한도를 유지하는 것 외에 추가로 지원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 회장은 수주 계약 체결과 자구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우조선의 자구계획은 선박 건조설비의 감축과 인력 추가 감원 등을 포함해 약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대한 나의 입장은 국민의 혈세가 더는 들어가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자구노력과 수주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산은은 대우조선의 재무상황과 수주현황, 현금자산 등을 확인한 후 오는 3월 중순부터 관계기관과 본격적인 지원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삼정회계법인의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도 3월쯤에 나와 지원 방향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처럼 급하게 지원 논의가 재개되는 이유는 오는 4월부터 채권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영업을 지속하려면 4월에 4400억원, 7월 3000억원, 11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원금을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산은은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해양플랜트 수주가 수월해져 유동성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26달러 선에 그치던 유가가 최근 55달러 선까지 오른 터라 이같은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소난골 드릴십 인도 건도 유가가 65달러선으로 올라서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은 대우조선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3월 늦으면 6월까지 재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월 상장 적격성 심사에 들어간 이후 상장 폐지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8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1주년 기념 기자간단회에서 대우조선 정상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산은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