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초반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강탈’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에서 권 회장이 최근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이력을 가진 임원들의 퇴직 인사조치 지시를 잘 이행했다는 동향을 문자로 보낸 내용이 또 터져나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도 특검수사가 진행중이라 그간 제기된 의혹이 얼마나 사실로 확인될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포스코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2일 한 언론은 권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 이력을 가진 임원들의 퇴직 인사조치 동향을 문자로 상세히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권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말 안 전 수석에게 “강모 박사는 9월1일부로 사직하며, 민모 박사는 다음 정기인사 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문자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이 권 회장을 통해 포스코 ‘물갈이 인사’를 지시했고, 이에 권 회장이 안 전 수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 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권 회장의 선임 당시 최순실 개입 의혹 ▲차은택의 포레카 강탈 ▲포스코 자회사 3곳 대표이사직 약속 등 의혹들이 제기됐지만, 검찰이나 특검 수사에서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포스코 회장’이란 자리는 사실상 정권의 ‘인사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대 경영진이 모두 전리품의 ‘수혜자’로 시작해서 ‘불명예 퇴진’으로 끝나는 역사가 반복됐다. 1992년 창업 주역인 박태준 회장이 집권여당과의 갈등으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2대 황경로, 3대 정명식, 4대 김만제, 5대 유상부,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회장 모두가 그러했다.
앞으로 남은 특검 수사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포스코는 다시 혼돈속으로 빨려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권 회장이 연임을 다시 시도한 것으로 놓고 선공후사 정신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박한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직전에 회장들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포스코 CEO추천위원회(사외이사)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더욱 객관적이고 냉정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주지 않으면 현직 수장을 배신하는 게 불가능하다. 회장 인사 선임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포스코 수난사가 끝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