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내 벤처기업 10곳 중 6곳이 창업 후 3년 이내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업계는 초기 사업자금이 말라가는 이 기간을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 부른다. 벤처투자 생태계가 여전히 미비하고, 판로 개척의 어려움 등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내놓은 '통계로 본 창업생태계 제2라운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창업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국내 창업 등록단계는 지난 2006년 12단계에서 지난해 2단계로 대폭 축소됐고, 소요시간도 같은 기간 22일에서 4일로 줄었다. 스타트업 천국인 미국(5.6일)보다도 빠르다. 이에 힘입어 국내 벤처기업 수도 사상 최대치인 3만개를 넘어섰다.
하지만 창업 3주년을 넘기는 기업은 전체의 38%에 불과했다. 국내 벤처기업 10곳 중 6곳이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채 좌절하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웨덴(75%), 영국(59%), 미국(58%), 프랑스(54%), 독일(52%) 등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진다. 조사대상 26개국 중 꼴찌 수준인 25위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창업 2라운드 진입 장벽으로는 '민간중심 벤처투자 생태계 미비', '판로난' 등이 꼽혔다. 민간 벤처투자를 나타내는 엔젤투자 규모는 2014년 기준 834억원으로 미국(25조원)의 0.3%에 불과했다. 상의는 "미국 나스닥 상장에는 6.7년이 걸리지만 한국 코스닥 상장에는 평균 13년이 걸린다"며 "법인사업자의 80% 이상이 10년 안에 문을 닫는 상황에서 13년 후를 기대하며 자금을 대는 투자자를 찾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 본 한국벤처의 투자매력도 낮은 수준이다. 전세계 '벤처시장 매력도'를 발표하는 스페인 나바다 경영대학원이 인수합병(M&A) 시장, 금융시장 성숙도 등으로 벤처투자 매력도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 전국적인 유통망이나 해외수출 경험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벤처기업의 65.6%가 국내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74.9%는 해외수출 경험이 전무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창업 소요시간이 여권 발급시간보다 빠를 정도로 창업환경이 개선돼 기술력 높은 혁신벤처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대기업은 M&A를 통해 미래 신기술·신제품을 수혈받고, 벤처기업은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상생의 혁신 생태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