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영장 재청구 끝에 17일 구속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차 구속영장 기각을 이유로 탄핵소추사유인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방어해왔던 대통령 측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대통령 측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에 새롭게 적시된 순환출자 관련 사실관계가 탄핵소추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탄핵심판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줄곧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등 혐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처음 기각된 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로 끌어들였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최근 영입된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탄핵심판 13차 변론에서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사유가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했다”며 “종합하면 삼성과 관련된 뇌물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피청구인(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중 삼성 관련 부분은 이유 없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14차 변론에서도 소추 사유 중 법률위배에 대해 반박하면서 “특검 수사 중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면서 “뇌물죄와 제3자뇌물수수죄가 사실관계 규명도 부족하고 법리상으로도 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7일 법원은 특검의 영장 재청구에 대해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가 사법시스템인 특검과 사법부 모두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등이 이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탄핵심판에서 뇌물수수 등을 방어해온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도 결정문에서 대통령을 파면하기 위해서는 헌법질서 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 중대성 판단기준으로 헌재는 뇌물수수·부정부패·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지난 영장청구사유와 이번 영장청구사유를 비교해 볼 때 새롭게 제기된 사실은 삼성의 순환출자연결고리 제거 문제로 이 부분과 관련해 새로 제출된 증거는 안종범의 수첩”이라며 “순환출자 연결고리제거 등 사실관계는 탄핵소추사유가 아니므로 탄핵재판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중요하게 작용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씨와 박 대통령에게 430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오는 24일 최종변론을 끝으로 재판관 평의를 거쳐 3월초 선고가 유력한 상황이다.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