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롯데 임원인사에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발표한 경영쇄신안의 하나였던 정책본부 조직 축소 및 재편과 그룹 준법경영체계 구축이 포함됐다.
우선 기존 정책본부는 3월 1일부로 그룹 사업을 주도할 '경영혁신실'과 그룹 및 계열사의 준법경영체계 정착을 위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라는 2개의 축으로 나눠진다.
기존에 7실, 17팀, 20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던 정책본부는 4개 팀(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실'과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재편되며 총 인원도 기존의 70% 수준인 140여 명으로 축소된다.
조직 개편 후 첫 경영혁신실장으로는 황각규 사장이 선임됐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에 입사한 후 95년부터 그룹에서 신규 사업 및 M&A,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해왔다. 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졌고,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 사업도 주도했다.
대외협력단의 소진세 사장은 신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수행하게 됐다. 또한 소 사장은 회장 보좌역으로 신 회장에게 지속적으로 조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새롭게 4개의 BU(Business Unit)도 신설되는 가운데 화학 BU장에는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이, 식품 BU장은 롯데칠성음료 이재혁 사장이 맡게 됐다.
허 사장이 롯데 화학사를 총괄하는 화학 BU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김교현 말레이시아 롯데케미칼 타이탄 대표가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롯데케미칼에서 신규 프로젝트를 총괄해오던 김 신임대표는 14년 타이탄 대표로 부임하여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의 신임대표로는 이홍열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신임대표는 12년~14년에는 현 롯데엠알씨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최근에는 우즈벡 수르길 가스화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2명의 신임대표 모두 해외사업장을 책임졌던 이력이 있어 신 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다양한 경력과 해외 경험을 갖춘 CEO"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이재혁 사장이 식품 BU장을 맡게 되면서 음료BG와 주류BG에 대한 대표이사를 각각 내정했다. 음료 BG대표로는 음료 마케팅과 영업을 총괄해왔던 이영구 음료영업본부장이, 주류 BG대표로는 두산주류에서부터 줄곧 영업을 담당해왔던 이종훈 주류영업본부장이 전무 승진을 하면서 맡게 됐다.
이와 함께 롯데홈쇼핑은 상품과 마케팅 전문가인 롯데백화점 이완신 전무가 신임 대표로 내정됐으며, 롯데로지스틱스도 박찬복 경영관리·유통물류부문장이 전무 승진과 함께 신임대표로 선임됐다.
롯데는 올해 인사에서도 여성임원을 추가로 배출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온 롯데칠성음료의 진은선 상무보가 그 주인공이다. 또한 롯데제과의 파키스탄 콜손(Kolson) 법인장인 압둘 라티프(Abdul Latif)가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압둘 라티프 상무는 콜손 인수 이후 법인장으로 계속 근무하며 꾸준히 매출과 이익을 개선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유통 BU장과 호텔 및 기타 BU장을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 대표 인사는 22일, 23일 이사회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며 "그간 외형확대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각규 경영혁신실장, 허수영 화학BU장, 이재혁 식품BU장. (사진제공=롯데)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