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금융감독원 제재심의가 열리는 오늘(23일) 교보생명이 급박하게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재해사망보험금에 대해서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 제재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생명(032830)과
한화생명(088350)은 애초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이날 "소비자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지급 규모는 총 1858건, 672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 첫 판결이 있던 2007년 이후는 지연이자를 포함한 전액을 지급하고 그 이전은 원금만 지급키로 했다. 2007년 이전 지급 건에 대해서는 지연이자 지급에 대한 근거가 없어 원금만 지급키로 했다. 이에따라 전체 미지급금액 1134억원 중 59.3%에 해당하는 672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이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키로 한 것은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오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중징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CEO 징계 가능성이 예상됐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내달 연임이 불가능해지므로 백기를 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금감원은 작년 말 빅3 생보사에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바 있다. 기관에 대해선 영업 일부 정지에서부터 인허가 취소까지, 임직원에 대해선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예상제재 범위를 통보하고 해당 보험사의 소명을 들었다. ‘주의’ 수준의 경징계라면 금감원장 전결로 끝날 수 있지만, 그보다 높은 단계의 징계가 확정되면 금융위를 거쳐 확정된다.
만약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받는다. 해임권고를 받으면 이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난다. 회사가 기관 경고를 받으면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업무정지 이상 제재를 받으면 3년 안에 신사업을 못한다.
교보생명의 이런 결정에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는 교보생명의 이런 결정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교보생명은 앞서 금감원에 소명자료를 제출할 때도 일부 지급이라는 결정을 가장 먼저 내린 바 있다.
두 회사는 일부 지급이라는 기존 입장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전건 지급 결정에 당혹스럽다"며 "아직 우리는 기존 입장에서 변함없으며 오늘 있을 제재심의위원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도 "기존 입장에 대한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