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기획재정부 차관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통위에 열석하게 된 실질적 배경과 실제로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이 정례화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8일 정부와 한국은행, 업계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전날 허경욱 제1차관이 금통위에 정례적으로 참석할 계획이라고 발표한데 이어 이날 금통위에 열석해 발언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허 차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6주후 금통위 회의록 공개 뒤에야 알 수 있겠지만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판단을 원론적으로 밝힌 수준"이라고 전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재정차관이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실질적인 배경은 무엇일까.
◇ 출구전략 부담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정부가 금통위원들에게 직접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집약된다.
다시말해 금통위원들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을 중앙은행이나 언론의 입장이 아닌 정부가 직접 금통위원에게 설명해야 했다는 의미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허 차관의 발언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에서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세계경제에 출구를 열 것인가, 아직 긴장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에 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재정부가 경제위기 이후 정책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은 그동안 한은과 재정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출구전략 시점을 눈앞에 두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을 것"라고 분석했다.
절박한 상황이란 경제가 안정국면에 들어섰다는 확신을 갖지 못한 정부가 출구전략 핵심인 금리가 인상되면 회복기에 들어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이미 사문화된 법조항을 내세워 '관치금융'이란 비판여론을 감수하면서까지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배경이다.
재정차관의 금통위 참석이 정례화 되면 "금통위원들의 소신 발언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재정차관이 매번 금통위에 참석해 어느 위원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직접 보고 듣는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 "여론에 달린 게 아니겠나"
이 같은 우려를 증명하듯 비판적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한은노조 관계자는 "다음번 참석에서는 차량 진입 저지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는 금통위에 참석할 수 있게 길을 터줬지만 다음 번에 또 오면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경고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당국의 KB금융회장 선임 개입논란에 이은 현 정부의 구시대적 관치금융의 또 다른 한 행태"라며 "재정차관의 금통위 참석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차관의 금통위 정례 참석은) 여론에 달린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론이 계속 나빠진다면 참석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른 관계자는 "바쁜 재정차관이 계속해서 금통위에 참석할 것 같진 않다"며 "경제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중단할 것이다. 한은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풀이했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금통위의 의사결정은 금통위원 7명이 하는 것"이라며 "결과를 보고 사후적으로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적 판단'의 의미에 대해 이 총재는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는 알쏭한 발언으로 비켜갔다.
듣는 사람에 따라 "재정차관의 금통위 참석은 곧 중단될 것이니 결과를 기다려보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이 총재는 또 "경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정책금리는 낮으면 다른 요소가 나타났을 때는 즉각 대처할 수 있겠느냐"고 말해 정부의 판단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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