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SK텔레콤(017670)의 양자암호통신기술이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인 노키아를 통해 해외시장으로 발을 넓힌다. 양자암호기술의 불모지로 평가받던 한국은 이를 계기로 기술종주국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SK텔레콤은 27일 MWC 2017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노키아와 양자암호통신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올 하반기까지 SK텔레콤이 보유한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노키아의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탑재해 상용화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ICT 패러다임과 생태계를 빠르게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 초 박 사장 취임과 함께 좁은 내수시장을 탈피, '개방'과 '협력'을 축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체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출혈경쟁에 이은 시장 1위에서 벗어나 ICT 생태계 구축을 통한 '함께 1등'으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이번 협약에서도 드러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독자적인 양자암호통신 전송 장비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노리기보다, 노키아와 제휴를 맺어 글로벌 통신 영업망을 활용해 신속히 시장 파이를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암호통신은 분자보다 더 작은 단위인 양자를 활용한 암호화 기술로 현재까지 가장 완벽한 통신 보안체계로 꼽힌다. 국방·금융·데이터센터·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등 데이터 해킹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현재 보안 솔루션을 대신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지난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를 종합기술원 산하에 설립하는 등 6년간 한국산 양자암호 원천기술과 상용시스템 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에 힘입어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 착수가 늦었지만 양자암호기술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기술종주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기술을 IoT 기기에 적용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초소형(5mm x 5mm) 비메모리 반도체인 양자난수생성기(QRNG) 개발을 올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고, 연내 상용화할 방침이다. QRNG는 양자암호를 생성하는 핵심기술로, 추정 불가능한 난수를 생성한다. 현재 QRNG는 신용카드 크기라 스마트폰 등에 탑재할 수 없다. 하지만 초소형 칩이 개발되면 스마트폰, IoT 기기, 자율자동차 등에 탑재가 가능하다. IoT의 취약한 보안 수준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은 유럽 도이치텔레콤과 SK텔레콤의 양자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생태계 구축 추진을 위한 상호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 라지브 수리 노키아 CEO(왼쪽)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오른쪽)이 '양자암호통신'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