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하반기 과잉공급에 따른 입주대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후분양제 도입 의무화가 담긴 주택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관련 연구용역을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찬반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환경의 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3년 11월 후분양제의 단계별 도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7년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2007년 말부터 2008년 사이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경기상황을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이 '후분양제 도입 의무화'가 담긴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후분양제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재점화 됐다.
후분양제는 현행 선분양제와 달리 아파트 공사가 끝난 후 분양을 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완성된 주택 내부와 함께 단지 위치와 조망 등을 확인하고 청약을 할 수 있어 입주 시점에서의 불만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과잉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과 시민단체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집값폭등과 투기로 부동산 자산가들의 불로소득은 늘었지만 서민과 청년들은 전월세 비용, 상가 임대비용, 내 집 마련 비용 증가로 빚쟁이로 전락했다"며 "후분양제 시행은 건설사의 ‘묻지마 고분양 책정’을 근절하고 집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선택권과 재산권을 보장해주는 후분양제도는 이미 2006년부터 서울시(SH공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LH 등 공공아파트는 즉각 시행해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부동산업계는 후분양제 도입 시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분양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선분양 방식에서는 건설사가 부지를 매입할 자금만 있으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선분양을 통해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공사비로 충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부지 매입은 물론 공사비를 모두 시공사가 조달해야 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은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지만 신용등급이 낮거나 아예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 할 수 밖에 없다"며 "후분양제가 제대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금융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비용을 모두 감당해 완공을 했지만 미분양이 될 경우 자금회수가 어려워져 건설사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건설업에 대한 금융업계의 시선이 좋지 않고, 최근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이어서 건설사에 대한 자본 조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반기 입주대란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