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3·1절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와 신속한 탄핵인용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먼저 집회를 시작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제15차 태극기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은 ‘탄핵반대’, ‘태극기여 영원하라’ 등이 적힌 손 피켓을 들거나 연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탄기국은 3·1절 선언문을 발표하며 “일제보다 참혹한 불의로 무장한 세력이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대통령을 탄핵해 태극기를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의와 거짓과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피로서 정의와 진실을 지킬 것, 하나뿐인 목숨을 건다고 후회하지 않을 것, 태극기를 수의 삼아 자신있게 잠들 수 있음과 최후의 승리가 있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평우(72)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무죄다. 억울한 유폐 생활에서 풀려나야 한다”며 “조선시대 정적을 잡을 때 쓰던 연좌제로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 잘못으로 덮어씌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평우 변호사는 촛불집회에 대해 "어둠이 내리면 복면을 쓰고 박 대통령을 저주하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며 "태극기는 흔들지 않고 붉은기만 흔든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에는 여권의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무대에 오른 윤상현 의원은 “태극기는 우리가 어려울 때 큰힘이 되었다”며 “최순실 사태를 터뜨린 고영태 일당을 처단해야 한다며”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영태 일당을 두둔하는 자들은 야당과 종북세력이 아닌가”라고 비난하며 “특검이 박대통령을 피의자로 한 것은 헌법위반이고, 특검이 무소불위 권력자”라고 말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헌법재판관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헌법재판관 8명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 제111조 2항에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라고 명시했다. 비워졌으면 채워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손가락을 자해한 50대 남성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51)씨는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이용해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른 후 붕대로 다친 부위를 감고 집회에 참석했다.
경찰은 이씨 손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인근 파출소로 데려가 응급치료를 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본 집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앞 내자동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 앞 신교동 사거리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탄기국 측은 이날 사상 최대인 500만~70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탄핵 반대 집회 이후 오후 5시부터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광장에서 18차 촛불 집회를 이어갔다.
퇴진행동은 3·1절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집회 명칭을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 3.1절 맞이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날'로 정했다.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합의 네트워크 등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이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98년전 오늘 이땅에는 수만 수십만개의 촛불이 켜졌다”며 “그 힘으로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1945년 대한민국이 해방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은 새로운 독립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모였다. 여러분 한분한분이 유관순 열사”라고 격려했다.
퇴진행동은 본집회가 마무리된 오후 7시부터는 행진을 시작한다. 행진 코스는 정부종합청사 로터리부터 율곡로와 효자동길을 지나 청와대 100m 지점까지다.
한편,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경찰병력 202개 중대(약 1만6000명)을 배치하고, 광화문 광장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 양측 간 접촉을 막았다.
1일 오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서울 시청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