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평우 "변호사 대신 혁명가로 불러달라"

"변호사는 수천만이지만 혁명가는 기백명"
"혁명가 호칭 붙는다면 '사이비'라도 영광"

입력 : 2017-02-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김평우 변호사가 자신에게 변호사 대신 혁명가라는 호칭이 붙여진다면 설사 ‘사이비’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일생 일대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난 25일 열린 제14차 ‘탄핵반대 집회’에 배포한 ‘아!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영원하리라!’라는 제목의 개인 유인물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소설가 김동리씨 차남으로, 판사 출신 법조인이며 우리나라 재야법조계 수장인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평우 변호사(전 대한변협회장)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14차 '탄핵반대' 집회에서 환호하는 참가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쳐.
 
김 변호사는 유인물에서 “제가 변론 중에 주심재판관의 재판진행이 국회 측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편파적인 재판임을 지적하면서 주심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대리인 같이 행동한다’고 비난했다고 해 언론으로부터 제가 ‘막말 변호사, 막장변론 변호사’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얻었다”며 “더 나아가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당선자로부터 저의 발언이 변호사의 품위를 손상시켰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언론보도도 읽었다”고 밝혔다.
 
개인 유인물 만들어 집회장에 대량 배포
 
이어 그는 “그들의 기준대로 한다면 저는 올바른 변호사가 아니라 대중을 선동하는 사이비 혁명가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 세계에는 수천만의 변호사가 있고 대한민국에도 2만명이 넘는 변호사가 있다. 그러나 혁명가는 막장이든 아니든 세계 역사에 기백명도 안 될 것”이라며 혁명가라는 호칭을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A4지 두장 분량의 이 유인물은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지하철 시청역 입구에서 대량으로 배포됐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김 변호사는 이미 혁명에 성공한 혁명가 또는 영웅과 같은 찬사를 받았다. 사회자의 소개도 남달랐다. 그는 김 변호사를 소개하면서 “애국 국민 여러분, 이제 드디어 제대로 된 법조인을 우리가 만났다. 대한민국 수많은 법조인 보다 이 사람만 믿으면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관들도 깜짝 놀라버린 김평우 변호사님을 모시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평우”라는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UCLA LAW'라는 글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진회색 코트에 붉은 목도리를 하고 연단에 나선 김 변호사는 양 손을 흔들면서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한 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러분 반갑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여러 일이 많았죠? 다 우리들 편으로 기우는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또 갈채를 보냈다. 김 변호사가 “이제 우리 승리의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3월1일은 대한민국 제2의 건국 기념일로 우리 이 자리에 모여서 다 같이 선포합시다”라고 외치자 참가자들은 더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발언에 앞서 장수덕 미국법자문사(미국 변호사)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같이 대리하고 있는 조원룡 변호사를 소개했다. 두 사람은 김 변호사를 영웅처럼 받들었다. 김 변호사는 장 변호사를 미국에서 왔으며 자신과 함께 박 대통령의 국제변호인단을 조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님 하명 받아 전 세계 한국 출신 변호사 규합"
 
장 변호사는 인사와 함께 “저는 40년 미국변호사를 하는 동안에 우리 김평우 변호사님을 모시고 드디어 조국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같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대한민국 출신 변호사들을 규합해서 국제변호인단, '법치와 애국변호인단'이라는 단체를 만들라고 하명하셨고 저는 이것을 이행해서 미국과 한국에 '법치애국' 법인을 공식적으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우리는 사법기관의 법치주의를 회복시키는데 전념을 다 할 것”이라면서 “법률을 연구함으로써 보좌해서 김평우 변호사님이 박근혜 대통령님도 구하고 이 나라의 법치주의도 구하고. 만약 그것이 어려울 때에는 저희들은 종국적으로는 국제사법재판소까지 갈 각오를 하고 있다”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장 변호사는 “국제 공식 의견서를 유튜브를 통해 보내드리겠다. ‘법치애국’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겠다”며 “앞으로 모든 일을 공개적으로 할 것이고 국내 인터넷 언론사들과 협력해서 반드시 이 나라의 법치주의가 다시 수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집회 참가자들에게 ‘법치애국’과 ‘탄핵각하’ 구호 제창을 제안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14차 '탄핵반대' 집회에서 대량 배포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서면 전문을 담은 소책자. 뒷면에 자신의 저서 '탄핵을 탄핵한다' 책 광고가 실려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장 변호사에 이어 연단에 선 조 변호사의 김 변호사 칭송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저는 존경하는 김평우 변호사님을 회장으로 모시고 있는 법치와 애국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동시에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 중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22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돌발적으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낸 인물이다.
 
"김평우 변호사님 모시게 된 동기는 그의 열렬한 애국심"
 
조 변호사는 “제가 김평우 변호사님을 모시게 된 동기는 오로지 조국에서 일어나는 사태가 너무 걱정 돼서 혈혈단신으로 구정 다음날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오신 그 열렬한 애국심 때문”이라며 “세상에는 천재도 많고 법조인도 많지만 존경할만한 법조인은 제 기준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김 변호사를 치켜세웠다. 이어 “최후의 보루라는 헌법재판관들이 기본도 지키지 않으면서 재판을 한 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재판관 9명이 아니면 위헌적인 재판부 구성”이라고 목청을 높여 집회 참가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드디어 마이크를 잡은 김 변호사는 “저는 1967년에 제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법조인의 길을 시작했다. 그동안에 어느덧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저는 평생 50년동안 법조인으로 살았다. 외도를 한 적이 없다. 정치에 기웃거려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저는 그렇게 살 것이다”라고 외쳐 환호를 받았다.
 
이후 장장 25분간 이어진 발언에서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사기’라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재벌총수들을 독대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부탁한 것이 강요죄에는 해당할 수 있지만 강요만 가지고 기소를 하면 아무도 승복을 안 할 것이다. 그래서 강요와 직권남용, 뇌물을 끼워 넣었다”며 “삼척동자도 그 각본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국회에서)복합범죄로 묶어버리는 바람에 떼 넬 수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찍을 때(찬성할 때)는 강요죄구나 하면서 찍었는데 결과는 뇌물죄가 되는 것이다. 사기다. 사기. 이게 어떻게 사기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결정 승복하라는 사회 원로들, 내 책 읽어봐야"
 
그는 최근 집필한 자신의 책 ‘탄핵을 탄핵한다’에 대해서도 공들여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 온 제가 왜 탄핵을 반대하는 가를 글로 쓴 것"이라며 “지금까지 저는 제가 쓴 글에 대해 '당신 틀렸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다. ‘버릇없다. 막말이다, 막장이다’ 등 욕설은 들었지만 논리적으로 어느 구절 어느 말이 틀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만일 틀린 말로, 앞뒤 맞지 않는 거짓말로 국회를 비난하고 공개적으로 책을 썼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나. 벌써 박영수 특검이 저를 잡아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 소위 정계의 원로 법조계 원로라는 사람들이 다 나와서. 무조건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분들이 이것이 사기라는 것을 알고서 하는 말인지, 모르면서 하는 말인지 의문”이라며 “적어도 원로라면 진상이라도 알아보고 나서, 제가 쓴 책이라도 읽어보고 나서 자기 의견을 밝혀야 할 것 아니냐”고 힘 줘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또 환호와 갈채를 보냈다. 김 변호사의 연설은 주최 측이 두 번에 걸쳐 마무리를 부탁하면서 끝을 맺었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책 ‘탄핵을 탄핵한다’를 집회 장소에서 권당 1만원씩 받고 판매했다. 함께 박 대통령을 대리하는 조 변호사와 정기승 변호사의 준비서면 전문을 소책자로 만들고 그 뒤에 자신의 책 광고를 실었다. 정 변호사는 전 대법관이다. 김 변호사의 ‘탄핵을 탄핵한다’는 조갑제 닷컴에서 발간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지난 25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제14차 '탄핵반대' 집회에서 대량 배포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준비서면 전문을 담은 소책자 더미. 집회가 마무리 된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 시청앞 광장 한켠에 쌓여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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