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연말연초 단행된 30대그룹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율이 1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이은 특검 수사 등 대내외 변수로, 다수의 기업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2일 CEO스코어가 국내 30대그룹 계열사 264곳의 대표이사 교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55명 중 60명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체율은 16.9%로, 6명당 1명이 바뀌었다. 전년(18.6%)과 비교하면 교체율은 1.7%포인트 낮아졌다. 대표이사 임기가 통상 3년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교체율이 낮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롯데는 16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21명 중 9명이 교체됐다. 교체율만 42.9%로, 30대그룹 중 최대 교체 폭을 기록했다. 전년도에 20명 중 1명(5%)만 교체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또 수주절벽 상황에 직면한 현대중공업도 교체율이 33.3%에 달해 경영난의 심각성을 입증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경우 현재까지 22개 계열사 대표 27명 중 단 2명만 교체됐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박동건 사장이 물러나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며, 삼성SDI는 조남성 사장을 전영현 삼성전자 사장으로 교체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해체로 사장단 인사도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밖에 OCI(1명), 현대백화점·두산(각 1명), KT(1명)는 교체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또 한진(1명), 포스코(1명), LG(2명), 효성(1명), CJ(2명), 현대차(4명), 한화(3명), 금호아시아나(1명), GS(3명)는 대표이사 교체율이 10%대 수준에서 그쳤다. 미래에셋(2명), 대림(2명) LS(4명), 한국타이어(1명), SK(11명), 신세계(3명) 등 6곳도 20%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SK는 김창근 의장과 정철길·김영태 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전원 물갈이하며 최태원 회장의 친정체제를 구축해 의미가 크다.
대표이사가 1명인 대우건설과 에쓰오일(S-OIL)은 모두 교체됐다. 반면 하림, 영풍, 대우조선해양, KCC, KT&G 등 5곳은 대표이사를 단 1명도 교체하지 않고 전원 유임했다.
한편, 전년도에는 KT&G(100%, 2명)와 대우조선해양(100%, 1명)이 대표이사를 모두 바꿨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포스코(53.8%, 7명)와 KT(45.5%, 5명) 또한 교체율이 높았다. 반면 삼성은 전년에도 27명 중 3명(11.1%)만 교체하며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조직안정을 꾀하는 데 주력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