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올해 새 학기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된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경북도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소속 학부모 5명은 2일 오후 대구지법에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대구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문명고 재단 및 경북 교육감은 한국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연구학교 신청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책위는 “연구학교는 학교 운영위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정 역사교과서 지정은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래는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은 교원의 80% 이상이 돼야 할 수 있다”며 “신청학교가 없으니 미달된 학교라도 받으려고 그 항목을 삭제한 것도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또 일부 신입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교과서는 언제든지 고칠 수 있지만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3월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전학을 결정한 문명고 학생은 총 4명으로 지난달 신입생 2명이 각각 전학과 입학을 포기한 데 이어 이날 역시 신입생 2명이 전학을 결정했다.
대책위는 “국정교과서를 이성적이고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집필자와 심의위원들이 하면 된다”며 “학생을 마루타로 삼아 혼란을 부추기며 비교 분석을 한다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학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정교과서를 사용해야 할 학생들의 반대도 거세다. 앞서 문명고 재학생들은 교내 운동장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했고, 이날 오전에는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입학식이 열린 학교 강당에 모여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교 측은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명고 대책위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김태동 교장과 만나 법원판단이 나올 때까지 역사교과서 배부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교장은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학식 후 학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외한 다른 과목의 교과서를 신입생에게 배부했다. 다만, 역사교과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다음 주에 별도 배포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 28일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이 3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향후 여야 간 협의도 불투명해 법안 처리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명고 대책위가 2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