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8인 재판부 체제를 이끌고 있는 이정미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고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져도 7인이 아닌 8인 재판부 선고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론 종결이 핵심으로 이 재판관이 변론이 끝나고 평의와 평결(투표)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정미 재판관 퇴임 전에 선고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주문이었다. 이 재판관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8인 재판부를 이끌어왔는데, 이 재판관마저 퇴임하면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져도 정당성에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이 재판관이 퇴임하면 재판부는 7명으로 줄어든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8인 재판부 체제도 흠결이 있다며 9인 체제에서 선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지난달 27일 변론이 종결돼 7인 체제 선고 우려는 사라졌다. 오는 13일 이 재판관이 퇴임해도 7인 재판부 선고가 아닌 8인 재판부 선고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변론이 종결되면 심판에 참여한 재판관이 퇴임해도 의견을 말해야 된다”면서 “이 재판관이 13일 퇴임해도 이 사건(박 대통령 탄핵심판)에 관해서는 8인 체제 선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래서 변론 종결을 빨리 하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지연전략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된다. 박 대통령 측은 국회탄핵소추위원단 측이 신청한 증인의 2배 이상 증인신문을 했다. 신청했던 증인만 30명이 넘는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는 16차 변론에서 20여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측은 또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해 한 차례 증인신문을 하고도 또 증인신청을 했다. 최종 변론기일은 처음 2월24일로 잡혔지만 대통령의 출석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 모든 게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으로 이정미 재판관 퇴임 후까지 변론을 종결하지 않고 이어가려는 전략으로 설명되는 것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평의를 하고 결론을 내놓고 가면(퇴임해면) 선고는 늦게 해도 된다”며 “선고 때 꼭 심판정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변론이 종결되고 결론을 내는 과정인 평의에 참여했다면 해당 재판관이 퇴임해도 그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유효한 결정을 내리는데 참석한 구성원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최종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의 조원룡 변호사가 최후진술에서 제기한 변론 재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재판관들은 3일 오전 3번째 평의를 열고 열띤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주 초반 선고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