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이어 싼커마저…면세업계 '한숨만'

중국인 의존도 70~80%…"싼커 줄어들면 대책없어"
"뚜렷한 대응책도 없어…시장상황 지켜보는 수 밖에"

입력 : 2017-03-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이유로 중국 당국이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을 전면 금지키로 한 가운데 중국 단체관광객(유커)에 이어 싼커(개별관광객)의 입국까지 힘들어지면서 면세점업계가 한파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 업계는 그 동안 유커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싼커 공략 등을 강화해왔는데 이마저도 소용 업게 되면서 더 이상 아무런 수를 쓸 도리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5일 업계에서는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행 여행상품 판매 중단 조치로 국내에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대형 여행사를 소집해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단체관광객은 물론 여행사를 통해 에어텔(항공권+숙박)을 예약하는 싼커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계약된 상품은 이달 중순까지 모두 소진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불합리한 저가 관광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단체관광객 20% 축소 지침을 내렸던 것 보다 한층 강력해진 조치다. 직접 항공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해야 하기때문에 한층 더 번거로워 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과거 일본과 벌였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때와 꼭 닮았다고 입을 모은다. 양국이 영토 분쟁을 벌였던 2010년 중국 관광당국은 자국 여행업계에 일본 여행 광고 자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여행 금지 경고와 공문 발송, 기업 퇴출,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센카쿠 열도 때의 일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며 "당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3년 동안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반토막 났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면세 시장은 당시 중·일 분쟁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중국인들이 일본 대신 한국을 찾았고 이 때 한국산 화장품 등을 싹쓸어가면서 면세점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면세점 업계의 중국인 의존도는 70%가 넘는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 그만큼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면세점 시장은 약 12조원 규모였는데 이 중 4조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규 시내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80% 수준으로 더 높아 타격이 더 클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HDC신라면세점 등은 지난달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이번 관광 제한 조치로 다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연말 문을 열 신세계면세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의 면세점의 전망 또한 어둡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이제 겨우 정상궤도로 오르고 있는데 찬물을 확 끼얹게 됐다"며 "신규 시내면세점 방문자 10명 중 8명이 중국인인데 이 중 절반이 날아가면 엄청난 역신장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대형 면세점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규모와 매출 면에서 신규 면세점 보다 맷집은 좋겠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 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이미 롯데그룹의 사드부지 제공을 이유로 노골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인터넷면세점 4개국어 홈페이지가 중국 현지 IP를 이용한 디도스 공격을 받으며 3시간 동안 먹통이 된 바 있다. 롯데 인터넷면세점의 일매출은 40억원 수준으로 3시간 동안의 장애로 입은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악화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유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싼커 마케팅도 소용이 없게 됐다. 개별 관광객 증가로 싼커 비중이 45%까지 늘어나자 업계는 인터넷면세점 프로모션이나 관광상품 연계 혜택 등을 제공하며 싼커 잡기에 힘써왔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싼커 입국이 제한되며 이 방법도 무의미해졌다. 
 
해외진출이나 동남아시아, 일본 등으로 고객을 다변화 하는 방안 등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중국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현재 상황에서는 한계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에는 싼커에 집중했다면 이제 별다른 대책이 없다"면서도 "다만 중국이 원하는 대로 큰일난 듯 방방 뛰고 죽는 소리를 하기 보다는 차분하게 시장 상황을 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모습. 롯데그룹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부지 제공과 관련해 중국 내 불매운동 등이 확산되면서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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