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정부가 분양 중심의 공급 시장을 임대로 전환하면서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의 공공분양 물량이 점차 줄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공공분양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공공분양 멸종'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LH공사의 공공분양 물량은 1664가구에 불과하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연평균 5만가구 이상을 분양했던 것에 비하면 신규 분양 시장에서 LH공사의 공공분양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까지 감소했다.
공공분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주택사업의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주택을 말한다.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감축을 위해 정부가 주택 공급의 초점을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 가운데 급격히 불어난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우리나라 안팎에서는 지나친 부동산 투자 심리를 잠재워 가계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와 가계부채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연이어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정책은 금리 인상, 주택 보유세 강화, LTV 한도 축소 등 시장에 충격을 크게 줄 수 있는 대책 대신 공급 관련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로 인해 LH 공사는 신규 택지 개발을 중단했고, 민간으로의 택지 공급 역시 역대 최저로 감소했다. 또 공공과 민간 모두 신규 분양 보다는 뉴스테이 등 임대 주택 공급에 집중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공공 물량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늘어나는 분양 물량이 가계 부채를 끌어올린다면, 이를 축소하고 임대로 전환시켜서 가계부채 증가를 막는다는 게 정부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어려운 민간 분양물량은 택지 공급 감소를 통해 조절하고 통제가 가능한 LH공사의 분양 물량은 임대 전환을 통해 조절하고 있다"며 "분양시장에서 공공의 역할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청년층의 주거불안 문제가 심각한 서울의 경우 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공임대 물량도 저조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주택 재고 통계를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량은 44만5721가구에서 88만6127가구로 약 10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12만7863가구에서 19만7685가구로 약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공공임대 주택을 줄이고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 주택을 늘리는 정부의 정책이 나중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5년, 10년 공공 임대주택보다 의무 임대기간이 4년, 8년으로 오히려 짧아진 뉴스테이가 등록 민간임대 주택 재고를 증가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4년, 8년 후 의무기간이 지나 분양으로 전환될 경우 더 이상 임대주택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업형 임대주택의 공급은 장기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는 데 쓰여야 할 토지, 도시주택기금, 재정 등을 소모해 공공임대 주택 공급확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민간참여 공공분양 아파트로 공급되는 ‘세종 e편한세상 푸르지오’ 견본주택에 몰린 방문객들이 아파트 미니어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원나래 기자 wiing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