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기자]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특강이 열린 가운데 하예나 DSO 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는 "소라넷은 일부 남성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적 자유의 공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이게_여성의_도시다'란 주제로 진행됐다. 허 대표를 비롯해 한국성폭력 상담소 부설 연구소인 '울림'에서 활동하는 조소연 연구원, 이기연 서울시 다시함께 상담센터 소장, 전점선 서울시 여성안심보안관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강연을 이어 갔다.
강연에서는 온·오프라인에서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 실태와 대응 사례 등이 소개됐다. '여성에게 사이버공간은 전쟁터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허 대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 청원운동을 이끌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허 대표는 현재까지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다.
허 대표는 "소라넷이 폐지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 여성분들이 많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소라넷은 사라졌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농담은 여전히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라넷 폐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성폭력에 맞서다'란 주제로 강연한 조소연 연구원은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디지털성폭력을 경험한 개인들은 대체적으로 법적 대응보다 차단, 삭제, 탈퇴 등 개인적 대응을 많이 한다"며 "이런 방법은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사회 전반으로 문제인식을 확산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 성폭력과 오프라인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한 법규 마련과 왜곡된 성인식 변화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사 중간에는 참가자들이 '3시 STOP'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3시 STOP' 운동은 오후 3시 하던 일을 멈추고 광장에 모이자는 뜻으로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행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경우 남성이 100만원(8시간 노동기준)을 가져갈 때 63만4000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연 이후에는 서울시 '여성안심특별시 3.0' 정책 소개와 질의응답, 기념사진 촬영 등이 진행됐다.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 도서관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숫자로 보는 여성안심특별시 전시회'가 열린다.
엄규숙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개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여성 안전문제들을 제도화해왔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성평등한 도시가 되면 여성이 안전한 도시가 되고, 여성이 안전한 도시가 되면 모두가 안전한 도시가 된다' 라는 기본 명제 위에서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에서 열린 '#이게_여성의_도시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