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 측에 400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공소장도 '일본주의(一本主義)'에 정면 위반된다며 자체의 효력을 문제 삼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9일 열렸다. 이 부회장 측은 “전원이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특검이 공소장에 과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이번 사건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과거 사실까지 기재해 공소장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의 예단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공소장에는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나 증거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법률상 원칙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됐다.
이어 특검이 직접 인용이 불가능한 대화를 사실인 것처럼 재구성해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2015년 이 부회장과 대통령과 있었던 두 번의 독대에서 면담 내용은 오로지 두 사람만 알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는데 어떤 근거로 대화 내용을 인용 형태로 공소장에 적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증거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증거와 관계자들의 진술을 기술한 것 모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해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양재식 특검보와 함께 나온 박주성· 김영철· 문지석 파견 검사들의 자격도 문제 삼았다. 국가공무원법상 파견된 검사는 공소유지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공판에서 소송행위를 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특검 측 박주성 검사는 “특검법에는 직무 수행에 필요하면 대검 등 관계 기관에서 소속 공무원 파견근무나 이와 관련된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다”며 “이 규정에 따라 검사의 파견과 공소유지를 위한 법정 참여는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박 검사는 또 “현재 특별 수사관 10명이 잔류 중인데 재판을 받는 피고인은 30여 명에 달한다”며 “특별수사관과 특검보 등 4명이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파견검사가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상 명확한 근거 규정이 있으며, 현실적으로 반드시 필요하고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특검에서 기소된 사건을 진행하는 다른 재판부에서도 문제가 되는있는 쟁점”이라며 “명시적으로 결정한 재판부는 아직 없으며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등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최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21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비, 말 구매비 등으로 41억원을 지급했다고 보고 있다. 최씨가 소유한 독일 소재 페이퍼컴퍼니인 코어스포츠 계좌에도 36억원을 송금해 실제 77억여원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으로 준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도 뇌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