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이 승진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다. 이러한 모든 혐의에는 모두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군림했던 최순실씨와 공모 관계였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다.
우선 박 대통령은 지난 2015년 9월14일부터 2016년 2월19일까지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 부회장으로부터 21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후 최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 명의 계좌로 36억3484만원을 송금하게 하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사용할 말 구매와 부대비용 등 41억6251만원을 대신 내도록 하는 등 총 77억9735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0월2일부터 2016년 3월3일까지 같은 청탁의 대가로 이 부회장이 제3자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미르재단에 125억원, K스포츠재단에 79억원을 각각 지급하게 하는 등 총 220억2800만원을 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사실상 최씨가 소유하면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영재센터 역시 최씨의 지시로 조카 장시호씨가 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최씨의 측근 이상화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을 글로벌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해 승진하도록 강요하는 등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은 독일에서 근무할 당시 정씨에게 연 0.98%의 금리로 38만유로를 대출해주는 등 최씨 모녀의 현지 정착을 도운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특검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진행한 수사 과정에서도 이미 박 대통령은 16개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고, 최씨가 운영하거나 최씨가 추천하는 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해 일감을 주도록 한 혐의가 드러났다. 또 최씨에게 공무살 비밀이 담긴 각종 문건을 이메일 등으로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박 대통령은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을 통해 최씨의 의견을 전달받아 2015년 10월19일 안 전 수석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때 양국 문화재단 간에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하니 재단 설립을 서둘러라", 그래 10월21일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라고 지시하는 등 미르재단 설립에 관여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중순 안 전 수석에게 이사장, 사무총장, 감사, 재무부장 등 임원진과 사무실 위치를 지시하고, 정관과 조직도를 전달하는 등 K스포츠 재단의 설립도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러한 내용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상근부회장에게 요구해 대기업의 매출액을 기초로 출연금을 할당했으며, 결국 16개 대기업은 미르재단에 486억원,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박 대통령은 2014년 11월27일 안 전 수석에게 "케이티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케이디코퍼레이션은 정씨가 졸업한 초등학교 학부형이 운영하는 업체로, 결국 현대차·기아차에서 11억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하면서 지난해 5월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도 동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22일에는 권오준
포스코(005490) 회장과 단독 면담 자리에서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 주면 좋겠다. 더블루케이가 거기에 자문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요청했다.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받아 운영되는 더블루케이는 최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과도한 비용을 문제로 결국 올해부터 계열사 산하에 펜싱팀을 창단하고,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도록 합의했다고 한다.
또 2015년 1월에는 안 전 수석에게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해 최씨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지인 등을 채용하도록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채용된 이동수 전
KT(030200) 브랜드지원센터장은 박 대통령의 지시로 그해 10월 IMC본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지만, 의혹이 불거지자 결국 지난해 11월25일 사직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씨가 대기업 등으로부터 광고 계약을 수주하기 위해 차 전 단장과 함께 설립한 업체로, 심사결격 사유가 있는데도 그해 3월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후 8월까지 총 68억원 상당의 광고 7건을 수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2일자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의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안) 검토'란 문건을 포함해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총 47회에 걸쳐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건 47건을 정 전 비서관과 최씨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외부 이메일에 첨부해 전송하거나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직접 전달하는 등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적용받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에 착수한 첫날인 지난해 12월2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1월26일 안 전 수석으로부터 수첩 39권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인지했다. 이후 지난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추가 증거를 확보했지만, 같은 날 청와대에 대해서는 불승인으로 압수수색을 집행하지 못했다.
한편 전국금속노조 등 18개 단체는 지난해 12월21일 박 대통령 등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케이디코퍼레이션에 대한 용역 제공, 삼성그룹의 정씨 승마와 영재센터 지원 관련 뇌물공여 등 혐의로 특검팀에 고발했다. 또 지난달 21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등이 같은 혐의로 고발한 것을 포함해 특검팀 수사 기간 7건의 고발장, 3건의 진정서, 1건의 수사의뢰, 1건의 탄원서 등이 접수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