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폐업을 걱정하는 중소 조선소들이 늘고 있다. 수주가뭄의 장기화 속에 금융당국의 추가지원마저 어려워졌다. 업황 침체로 인수합병(M&A)마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면서 고사 위기에 처했다.
1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 조선소 수주액은 3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1.8% 급감했다. 10년 전 262억1000만달러와 비교하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주잔량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이들의 수주잔량은 201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8년과 비교하면 35%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 조선사들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 컨테이너선 등의 발주가 글로벌 경기 둔화,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 직격탄이 됐다. 여기에 호황기였던 2000년대 중반 과도한 설비투자와 저가 수주 경쟁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고, 이후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유지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대형 조선3사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금융 지원이 취약한 상황이다. 통영의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신규 수주가 없다 보니 채권단도 추가지원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계약물량이 인도되고 나면 일감이 없다. 선박 대금으로 당분간 유지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때 글로벌 조선소 9위에 이름을 올렸던 성동조선해양은 이달부터 300여명을 대상으로 휴직을 단행했다. 정부의 조선업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월 급여의 70% 정도는 받을 수 있지만 휴직기간이 유동적이어서 복귀 시점은 불투명하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건조한 벌크선 1척 등 총 5척이 '올해의 선박'으로 선정돼 전체 3위에 오르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 실적이 전무하다는 이유로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거부당했다.
SPP조선은 최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삼라마이더스(SM)그룹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달 마지막 물량을 인도하고 일감이 없는 상황으로, 240여명의 인력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현재는 채권단 주도로 통영·사천 조선소 부지 등 3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STX조선해양은 고성해양조선을 비롯해 STX프랑스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연내 매각이 진행될 경우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주잔량이 넉넉치 않아 신규 수주에 대한 갈증은 여느 조선소와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21세기조선, 신아SB 등의 폐업으로 소형 선박 시장은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 대형 조선소만 남는다면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며 "시장의 논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규 수주 감소와 정부 지원 부족 등으로 중소 조선소들이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조선소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