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관(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간의 재판관 임기를 마치는 날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을 파면한 탄핵심판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또 화합과 상생을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오전 헌재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번 (탄핵심판)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했다”며 “헌법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며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으로서 6년과 30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돌이켜 보면, 큰 과오 없이 무사히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는 점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부족한 저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무거웠다”면서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였다”고 돌아봤다.

 

이 권한대행은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는 한비자의 한 소절을 인용하면서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수준이 탄핵심판 종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나머지 재판관들과 헌재 청사에 대한 경호도 경찰에 요청했다.

 

지난 2011년 3월12일 만 49세로 최연소 헌법재판관이 된 이 재판관은 정당해산심판과 대통령 탄핵심판을 모두 심리한 헌정사상 유일한 헌법재판관이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두 차례 맡은 인물도 이 재판관이 유일하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