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승리'…"적폐청산은 이제 시작이다"

1600만 시민이 만들어낸 드라마 '해피엔딩'…10대 과제 담은 촛불권리선언 발표

입력 : 2017-03-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최용민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지난 11일. 마지막 ‘촛불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생기 있고 활기찬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만 전국적으로 70만명의 시민들이 모이면서 누적인원 1600만명이라는 역사적 기록과 함께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작된 134일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이날 오후 5시부터 열린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20차 범국민행동' 집회에는 총 65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해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촛불의 승리’를 축하했다. 참여 시민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지만 한 없이 들뜬 분위기는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파면과 함께 공식 촛불집회는 막을 내리지만 “적폐청산은 이제 시작”이라는 공감대가 짙게 깔려 있었다.
 
그동안 촛불집회를 열어 온 퇴진행동은 이날 본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2017 촛불권리선언’을 발표했다. 집회에 참여해 온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제한 없는 토론 과정을 거쳐 나온 선언문으로 촛불집회의 상징적 성과물로 평가된다.
 
선언문은 퇴진행동이 지난 2월18일 장충체육관에서 주관한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 시민대토론>을 통해 첫 틀이 잡혔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진행 이날 토론회에는 시민 201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1500여명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10대 부문별 토론 주제에 따라 7~8명씩 짝을 지어 토론했다. 이후 각 토론분과별 대표로 추천된 50인으로 구성된 성안위원회가 2월 25일과 3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격론을 벌여 선언문을 완성했다. 전문과 10대 세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전문에는 대한독립운동과 4.19혁명, 5.18 광주민주항쟁, 87년 시민항쟁, 2002년 효순이·미선이 추모항쟁,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 등 근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민 민주화 운동과 참여정치의 정신을 담았다. 특히 “이제 우리 촛불시민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다시는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도록, 추위 속에서도 광장을 지켜왔던 그 뜻으로 삶의 현장과 일터를 바꿀 것이며,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천명해 ‘촛불집회’가 새 여정을 시작했음을 분명히 했다.
 
10대 세부항목에서는 ▲대의정치 개혁 ▲공권력의 민주적 통제 ▲일체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항거 ▲양심과 표현의 자유 보장 ▲경제민주화와 정의실현 ▲모든 노동자의 헌법상 기본권 회복 ▲국민의 생존권 보장 ▲불평등·서열화·획일화 된 교육체계 저항 ▲평화주의에 입각한 자주적·민주적 외교·안보·통일정책 마련 ▲재난으로부터의 보호받을 권리 등을 강조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은 촛불집회 민심과 관련해 “어떤 것은 헌법에 반영하거나, 국민소환제 등을 법률로 만들 수 있으면 만들어야 된다. 즉 촛불 민심이 정치권과 ‘바통 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의 비참한 몰락과 함께 시민들이 던진 화두는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그 첫 과제는 국론 통합이다. 90%에 육박하는 각종 여론 조사율을 근거로 ‘국론 분열’ 운운하는 것은 이미 통합된 국론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다양성의 인정이라는 민주주의적 기본 정신과 맞지 않을뿐더러 소수 의견에 대한 다수의 횡포라는 반론이 나온다. 강제 통합이 아니라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헌정사태로 인한 후유증을 없애는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국론 분열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된다”며 “특히 흥분한 탄핵 반대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대국민 호소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약 60일 후 선거를 치를 대선 후보들도 과제를 동시에 안았다. 정경유착 청산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외교 갈등, 한일 위안부 협상, 국정교과서 철회 등이다. 여기에 가계부채 문제와 일자리 창출은 긴급한 상황이다. 가계 부채는 이미 1300조가 넘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3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는 역대 대선 후보들마다 해결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지 오래다.
 
11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 주최로 제20회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집회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최용민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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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