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하락세…해양플랜트 '찬물'

시장 온기, 유가하락에 급랭…시드릴 파산 가능성마저 제기

입력 : 2017-03-13 오후 5:09:4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오름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을 기대했던 조선업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발주 시기를 늦추는 것은 물론 기존 계약 물량에 대한 인도 시기도 지연되고 있어 조선소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삼성중공업은 영국 BP가 발주한 매드독(Mad Dog)Ⅱ 프로젝트의 부유식 해양 생산설비(FPU)를 12억7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저유가로 국내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끊긴 지 1년6개월 만의 낭보였다. 또 2월에는 현대중공업이 터키 발주사로부터 LNG-FSRU 1척을 수주하고, 추가로 1척을 수주할 수 있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수주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시가를 감안하면 2억3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연초부터 해양플랜트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발주량이 급감한 선박을 대신해 침체된 시장을 끌어올릴 핵심 선종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다. 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 미국 원유재고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개발 업체들은 그동안 기술개발을 통해 해양유전개발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을 배럴당 40달러까지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심리적 마지노선이 50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해양플랜트 발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 해양시추 업체의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내 조선 3사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은 채권단과 진행 중인 80억달러의 채무 만기 연장과 10억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 조달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드릴은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 등 국내 주요 시추설비 수주계약의 약 22%를 차지하는 주요 선주로, 3사와 체결한 계약규모만 3조원이 넘는다. 시드릴이 파산할 경우 드릴십 등 시추설비에 대한 대금을 제대로 받기 어렵게 된다.
 
자금난에 처한 시드릴은 앞서 현대삼호중공업에 발주한 6500억원 규모의 세미리그선 계약을 취소했으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드릴십의 인도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다만 조선소들이 선수금을 비롯해 일부 건조 대금을 받은 상태여서 시드릴이 지급 불능 상태가 되도 드릴십을 매각해 손실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 조치 이후 유가가 회복됐지만, 셰일가스로 인해 유가 상승에는 제한이 있다"며 "이미 수주한 드릴십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익성 보장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대형 조선 3사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추락하면서 시장 회복을 기대했던 조선업계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삼성중공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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