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만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지난 3일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까지 열흘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르면 이번주 소환을 위해 박 전 대통령 측과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등 박 전 대통령 측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일정을 확정한 이후에는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 일정을 미루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특검팀이 기간 만료로 사건을 넘긴 후 검찰은 특수본 단계에서 이번 수사를 끝낸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가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과 검찰·특검팀의 수사에 불복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더는 수사를 늦출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삼성동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면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앞선 특수본 수사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계속해서 대면조사를 거부했던 점을 미뤄볼 때 박 전 대통령은 이번 검찰의 소환 통보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체포, 자택 압수수색 등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선고가 이뤄진 지난 10일 이후 사흘 동안 청와대에 머물면서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도 강제 수사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박근혜씨가 청와대 내 국정농단 관련 자료를 불법 폐기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박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묻고, 개개의 사실을 면밀히 파악·기록해 후세에 반면교사의 교훈을 남기기 위해 검찰 등 관계기관은 청와대의 대통령기록물의 생산과 관리현황을 철저히 점검해 위법사실을 낱낱이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에 대한 승계 작업 등 현안을 해결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최씨의 측근 이상화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지점장을 글로벌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해 승진하도록 강요하는 등 총 13개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됐다.
12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휴일에도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