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지시를 따르지 않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시 주체와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3명에 대한 2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기억 못 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실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맥락을 살피지 않으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사실관계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한다는 취지지만, 혐의에 대해선 확실히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차관과 신 비서관 측도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정 차관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정 차관의 관여 범위가 불명확하게 기재돼 있다"며 "추후 변론과정에서 정 차관이 알고 있고, 주력하고 있는 사실관계에 대해 적절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신 비서관 측도 "공소사실과 관계된 일을 해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들 3명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에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김 전 장관 등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등이 정부와 견해가 다른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문체부 소속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최규학 전 기획조정실장 등 문체부 국장 3명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한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장관과 정 전 차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 나와 블랙리스트 관련 질의에 대해 거짓으로 답변해 위증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