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 배터리 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부문에서 3조5616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삼성SDI를 제치고 국내 1위로 올라섰지만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사정은 여의치 않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배터리보조금 지급 중단 등 중국사업이 난항을 보인다. GM의 신차 '볼트'(Bolt) 흥행에 기대를 걸어야 하지만 현 판매실적은 신통치 않다. 15일 미국 친환경차 전문 웹사이트 하이브리드카스에 따르면, 볼트는 1월 1162대, 2월 952대가 팔렸다. 미국 내에서 전기차 지원이 많은 편인 캘리포니아주 판매량을 포함한 수치다. LG화학의 올해 볼트 미국 판매 예상치가 3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부진한 출발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수기와 판매 초기인 점을 감안해도 볼트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볼트에는 대당 60kWh 용량의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향후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친환경차에 지급하던 세액공제 등 보조금을 폐지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GM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동조하고 있는 이상, 향후 전기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차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기초소재 부문과 달리, LG화학의 미래산업인 전지부문의 안정적인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자꾸 미뤄지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안팎에서는 흑자 원년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언제 열릴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중국 배터리 시장의 회복은 예측이 어렵다. LG화학은 지난 1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분간 정치적 이슈로 중국 정부의 차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30%는 성장할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LG화학은 유럽 등으로의 수출을 통해 난징 공장 가동률을 지난해 20% 수준에서 5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공장 설립의 배경이었던 중국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할 경우 가동률을 큰 폭으로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올해 3분기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폰8이 예년 수준의 흥행을 거둘 경우 LG화학의 소형전지 실적에는 다소나마 도움이 될 전망이다.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 사진/LG화학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