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국산신약들이 의약품 최대 시장인 400조원 규모의 미국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해 4~5개의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신청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진출에 의의를 둔 과거 국산신약과는 달리 상업적 성공이 목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 1호는 2003년 승인된
LG화학(051910)(옛 LG생명과학) 항생제 '팩티브'다. 국산신약이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FDA 허가 2호가 나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2013년
한미약품(128940)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이 미국 허가를 받았다. 2014년
동아에스티(170900) 항생제 '시벡스트로'가 FDA 허가를 승인받았다.
2016년에는 국산신약 3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대웅제약(069620) 항생제 '메로페넴',
셀트리온(068270)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SK케미칼(006120) 혈우병치료제 '앱스틸라'가 연이어 미국 허가 획득에 성공했다. 앱스틸라는 지난해 5월, 램시마는 12월 각각 미국에서 출시됐다. 페로페넴은 올해 출시될 것을 보인다.
업계에선 국내 신약 R&D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 미국 FDA는 세계 최고의 의약품 검사·인증 전문기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치료제는 미국에서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어 전세계에서 팔리는 글로벌 신약 탄생이 제약업계의 숙제다. 혁신성, 진보성을 내세운 국산신약들이 올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나보타'로 올 상반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 신청을 접수한다. FDA는 임상자료를 토대로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해 허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공장 실사를 거쳐 내년 초에는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나보타가 미국 보톡스 시장에서 25% 정도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보톡스 시장은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4000억원 정도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가격이 저렴해 고가의 보톡스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상반기 안에 바이오시밀러 2호 '트룩시마'로 미국 FDA 허가신청을 추진한다. 트룩시마는 로슈가 판매하고 있는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다. 리툭산은 지난해 약 8조원 이상 매출을 올린 초대형약물이다. 미국에서 매출이 절반을 차지한다. 유럽에선 2017년 이미 판매가 시작됐다. 미국에선 허가 승인 후에 2018년 하반기 출시가 전망된다. 증권가에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트룩시마가 2019년 38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녹십자(006280)는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으로 미국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FDA로부터 제조 공정 관련 자료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다. 자료 보완을 거쳐 올해에는 허가 승인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캐나다 신공장이 가동되는 2019년에는 연 총 270만 리터 규모로 글로벌 5위 수준에 오르게 된다.
아피메즈의 천연물신약 '아피톡신'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올해 안에 FDA에 생물의약품 허가신청을 접수할 방침이다. 최종 승인이 나면 아피톡신은 미국 진출에 성공한 국산 천연물신약 1호에 오르게 된다. 아피톡신은 봉독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이다. 골관절염 통증개선 등에 사용된다. 아피메즈는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지난 10년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R&D 강화로 요약된다"며 "전세계 제약산업 변방이었지만 해외에서 인정받을 만큼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은 글로벌 신약을 목표로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인 글로벌 국산신약이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