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유조선 대형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상 물동량 확보를 위해 벌어졌던 컨테이너선 대형화 경쟁이 유조선으로 옮겨온 모양새다.
올 들어 20만DWT급 이상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발주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오일메이저들은 VLCC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의 ULCC 발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가는 호황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저가 수주의 저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은 올 들어 4척의 VLCC를 수주했다. 홍콩 브라이트오일과 최대 10척 규모의 VLCC 수주 협상도 진행 중이다.
현대상선(011200)도 정부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상반기 내 VLCC 5척을 발주할 예정이다.
이는 저유가 현상과 관계가 깊다.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늘면서 원유 운송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등 동남아 지역의 정유공장 신설도 한몫했다. 선박이 대형화될수록 운송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글로벌 오일메이저를 중심으로 VLCC 등 대형 유조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VLCC를 넘어 ULCC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중국 오일메이저인 시노펙은 VLCC보다 큰 40만DWT급 ULCC 발주를 검토 중이다.
다만 늘어나는 발주량에 비해 선가는 대폭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발주되고 있는 VLCC의 신조선가를 800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업이 호황기였던 2009년 1억5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VLCC 가격은 1년 전에 비해서도 10% 이상 하락했다"며 "최근 발주되는 VLCC에 친환경 디자인과 설비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원가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국이라는 변수도 존재해 가격 하락의 압박은 커졌다. 대형 유조선의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이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중국 조선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들은 국내 조선소에 비해 1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VLCC를 수주하고 있다"며 "일감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주할 경우 저가수주의 저주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31만7000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현대중공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