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야권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호남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주요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 후보들은 맞춤형 공약 발표와 지역 균형발전 정책 등 ‘호남홀대 방지’ 구상을 내놓으며 앞다퉈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을 호남에서 실시키로 하면서 지역민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문 “빛그린단지에 자동차밸리 조성”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광주 금남로 5·18 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비전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은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우뚝 설 것”, “광주·전남에서부터 일자리혁명에 성공할 것”이라는 말로 집권 시 대폭적인 지원의사를 밝혔다.
이날 문 전 대표가 내놓은 호남공약은 경제·정치영역을 아울렀다. 광주·나주 빛그린 산업단지를 전기·수소·자율주행차 생산과 부품산업이 집적되는 자동차밸리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문 전 대표는 “광주를 미래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내에서 현 정부의 사업축소로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정상화하고 광주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약속도 내놨다. 오는 2020년까지 광주·나주 혁신도시 내에 500개의 에너지·소프트웨어 기업이 추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전남에 대해서는 농·생명산업 거점 육성과 광양항 경쟁력 강화, 무안공항의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 의지를 밝혔다.
기자회견 직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총격흔적이 남아있는 전일빌딩을 방문한 문 전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은 헌법 전문에 기록될 것이며 발포명령자 등 아직도 은폐된 진상은 철저하게 규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지난달 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당시 발포를)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5·18 관련자료 폐기금지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을 왜곡·폄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른바 ‘호남홀대론’에 대해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당하고 차별받은 인사부터 챙기고 구제하겠다”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호남차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개선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 지원유세 중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후 기회가 날 때마다 호남민심 회복에 나서온 문 전 대표의 이날 공약발표는 지역 내 이른바 ‘반문(문재인) 정서’ 확산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이 “지방권한 확대로 호남 수혜”
이와 달리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후보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정책이 자리잡으면 자연스럽게 호남이 수혜를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각 지역마다 특별한 공약을 넣는 것보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분권을 추진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 지사측은 이번주 이와 별도로 호남지역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시장도 자동차 생산기지 개발이나 에너지산업 확대 등 정책중심 접근법에 대해 “말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할 일은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하게 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 성장대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시장 측은 중앙정부 재원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호남지역의 ‘재량예산’ 규모가 2015년 기준 8조원(광주 1조2000억원, 전남 3조8000억원, 전북 3조원)이라고 추산한다. 이를 통해 각 지자체가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측 관계자는 “주중에 광주에서 정책발표회를 열고 구체적인 공약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전남 비전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