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과 이자율 상한을 20%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가운데 국내 금융기관들의 이자율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캠프 비상경제대책단 회의에 참석해 “미국 금리인상이 우리나라 대출금리 인상과 한계가구 수 증가로 이어져 가계대출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계가구란 처분가능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 이상이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가구를 말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한계가구 수는 15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157만 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 당 이자부담도 연 755만원에서 891만원으로 늘면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문 전 대표는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 필요성을 밝혔다. 가계의 부채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이자 상한을 일률적으로 최대 20%로 제한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현행 이자제한법 상 이자 상한은 25%이며 서민 이용비중이 높은 대부업은 27.9%다.
시장에 떠돌고 있는 ‘회수불능채권(채무자의 사업 폐지나 사망 등으로 빚을 갚을 수 없게 된 채권)’을 채무조정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회수불능채권 11조6000억원과 1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을 합하면 채무조정 대상은 203만명,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는 “채무 감면은 연령과 소득, 재산 등을 면밀히 심사해 실시할 것”이라며 “채무감면 후에라도 미신고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이를 무효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과 전담기구 설치를 통한 금융기관의 불공정 대출 규제,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방식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제2금융권 확대 방안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오늘 발표한 대책은 금리인상 한파를 견디기 어려운 취약계층에 중점을 뒀다”며 “이들이 가계부채 고통에서 벗어나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지난해 10월 임명된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김준영 이사장(전 성균관대 총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의 가계부채 대책은 백화점식 나열이 많았고 실효성 측면에서 와닿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며 “오늘 나온 대책은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지평을 넓혀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캠프 비상경제대책단 제2차 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