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여자 배드민턴 창단을 요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은 자발적인 게 아니고, 압력 또는 부담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권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판사) 심리로 20일 오후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2월22일 박 전 대통령과 개별면담했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별면담에서) 여러 가지 이슈가 있었는데 특히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 임무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며 “여자 배드민턴 팀이 만들어져서 포스코 같은 기업이 지원해주면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증언했다. 독대 후 권 회장은 안 전 수석에게서 더블루K 조성민 대표의 연락처를 받았다.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더블루K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왜 이런 기업 이름이 나오나 의아해했다”고 답했다. 그는 “더블루K가 어떤 회사인지는 몰라도 박 전 대통령이 관심 있는 업체라는 생각은 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말했다.
권 회장은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방침을 세우면 관행으로 받아들여서 기금을 냈던 거 같다. 관행에 우리도 참여했는데 자발적으로 했다기보다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어느 정도 압력, 부담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 K스포츠재단에 19억원을 출연했다. 권 회장에 따르면 포스코는 출연 기업이었지만 재단 운영 방법이나 임원진 인적 구성 등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권 회장은 청와대가 주도하는 사업 관련 요구를 받으면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증언했다. 경제 수석 지위는 신경이 쓰이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고도 말했다.
앞서 오전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KD코퍼레이션 이모 대표는 현대차 납품 청탁 대가로 최씨에게 샤넬 가방과 현금 4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줄곧 현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평소 자신의 아내와 친분을 유지해온 최씨를 통해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청탁했고, 실제 현대차에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최씨에게 현금 2000만원씩을 두 차례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납품 성사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명절을 앞두고 인사를 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씨 이외에는 민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경로는 없었는가”라는 검찰 신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