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추가지원을 놓고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오는 23일 최종결론을 앞둔 가운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막판까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결정되면 대출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 등 60조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지원에 나설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당국의 말 바꾸기 지적에 부딪히게 된다. 밑 빠진 독에 언제까지 혈세를 투입할 것이냐는 성난 여론도 부담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내달 21일 4400억원을 비롯해 총 9400억원에 이른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400억원의 경우 자체 보유 현금과 선박 건조 선수금 등으로 자체 상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월 8000~90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이 마련돼야 기존 수주 물량의 납기를 맞출 수 있다. 회사채 상환보다 생존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이 더 급박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총 10조원에 달하는 선박 건조 대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월별 유입자금과 운영비용 간 미스매치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는 3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외에 시중 은행과 회사채 보유 기관, 개인투자자들도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에 동참하는 '조건부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조건부 자율협약’ 방식인 셈이다. 관건은 은행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들이 빠지면 그만큼 지원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KB국민·KEB하나·기업·신한·우리은행 등의 대우조선 익스포저(대출+신용보증)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한다. 이번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경우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은행들의 재무 부담도 커졌다. 지난 16일과 17일 주요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지원을 요청하는 등 금융감독원까지 나섰지만 이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금융당국도 말 바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당국은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면서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끝없이 드러나는 부실과 반복되는 추가지원에 대한 여론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선업이 당분간 침체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이번이 끝이 아니란 지적이다.
반면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국책은행과 시중 은행이 6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등 4만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실업사태는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 기존 수주물량에 대한 취소가 이어지고, 신규 영업도 어려워지게 되는 등 한국 조선업의 신뢰도 추락도 막을 수 없다. 특히 장기간 대규모 비용을 들여 만든 해양플랜트가 취소될 경우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건조 중인 상선은 발주처가 취소하더라도 팔 곳이 많지만 드릴십이나 해양플랜트는 그렇지 않다"며 "해양플랜트의 경우 대부분 공정률이 70~80%에 달해 취소될 경우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