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 신청자 수가 최종 214만여명을 돌파했다. 2012년 제18대 대선경선 선거인단 모집 당시 108만여명이 모인 것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경험한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그만큼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당의 고정 지지층을 넘는 대규모 선거인단이 몰리면서 각 후보 캠프에서는 유·불리 계산이 한창이다. 조직표가 위력을 발휘할 수준을 넘어서면서 ‘당심’에서 강점을 가진 문재인 전 대표보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민심’에서도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어 특별히 불리할 이유가 없다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민주당 선거인단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실시된 1차 모집에 162만9025명이 등록했고, 지난 12일부터 이날 오후 6시 종료된 2차 모집에 50만여명이 추가 신청했다. 추가된 50만여명의 표심에 경선 판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선 1차 모집 선거인단만 보면 문 전 대표가 어느 정도 승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민주당이 공개한 1차 선거인단 명부를 보면 권리당원과 전국대의원 19만5572명, 현장 투표 신청인원 11만1403명,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ARS투표 신청자가 132만여명이다.
권역별 선거인단 수를 보면 수도권·강원·제주가 69만6491명으로 53%를 차지했으며 호남권(전남/전북/광주)이 27만4934명(21%)으로 뒤를 이었다. 영남권(경남/경북/부산/대구/울산)은 21만2961명으로 16%를 차지했고, 마지막으로 충청권(충남/충북/대전/세종)이 13만7664명으로 10%를 기록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충청권 대선주자인 안희정 지사가 있음에도 충청지역 선거인단 비율이 10%에 머문 것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체 유권자 수만 보면 충청권과 호남권 유권자 수가 비슷하지만 경선 참여에선 호남이 충청의 두 배를 넘었다. 그래서 지역의 ‘안희정 충청 대망론’이 예상외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주장부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충청 표심이 2차 모집 막바지에 몰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단 1차 경선인단 구성과 최신 여론조사 추이 등을 종합하면 문 전 대표의 우위가 분명해 보인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혹은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문재인(40.6%), 안희정(36.8%), 이재명(11.8%) 최성(0.4%)순으로 답이 나왔다. 그러나 경선 참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해 조사한 결과에선 문재인(64.0%), 안희정(22.7%), 이재명(12.4%)로 차이가 벌어졌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서 문 전 대표가 40%대의 지지율을 나타냈고, 안 지사는 30%대, 이 시장은 10%대 지지율을 보였다. 호남 지역에서는 문 전 대표가 52.3%로 과반수를 돌파했고, 안 지사는 27.4%로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재명 14.5%, 최성 0.4%로 뒤를 이었다.
반면 안 지사는 대구·경북에서 46.1%를 기록해 27.7%의 문 전 대표를 크게 따돌렸다. 충청에서도 49,9%로 30.4%의 문 전 대표를 압도했고, 부산·경남에서는 37.5%를 기록해 39.1%의 문 전 대표와 접전을 펼쳤다.
결국 전체 선거인단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어 큰 변수가 없다면 문 전 대표의 무난한 경선 승리가 예상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난 19일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이 호남 민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마지막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남과 수도권 민심이 상당부분 연결된 상황에서, 호남 민심이 흔들리면 수도권도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캠프 측은 ‘충분히 해명이 끝난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안희정 캠프 측에선 ‘호남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7일 서울 충무로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토론회에 참여한 이재명, 최성, 문재인, 안희정(왼쪽부터) 대선 예비후보가 토론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