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중국의 사드 보복에 미국의 금리 악재까지 겹치면서 B2B(기업간 거래) 산업도 위태로워졌다. 일부 업종에 국한되던 경제보복은 부품 수출에 대한 비관세장벽으로 번지고 있다. 미 금리 인상은 중국의 긴축기조를 유발해 수출경기 위축 요인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화학전문매체 ICIS는 최근 롯데케미칼의 주력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대중국 스폿 거래물량에 대한 차질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관 검사가 엄격해지고 수입업자들이 신용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중국내 PP 수입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은 해당 보도를 부인했으나, 중국 거래처들이 통관 문제로 스폿 물량 주문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국내 염화칼슘 수출업체가 품질 및 무역절차 이외의 문제로 통관이 지연되는 등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22일 “통관 문제가 몇 차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른 B2B 업종에서도 유사 사례가 포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기계물품을 수출하는 한 국내 업체는 2개월째 중국 통관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입었다. 지난 6년간 통관 문제가 없었던 물품이다. 생산지의 영문명칭 표기나 수입국 국적표기 형식을 정정 요구하는 등 원산지증명서상 작성 요건을 기존 관례보다 엄격히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중국에 납품하는 부품의 통관이 지연돼 피해가 발생했다. 컨테이너를 열어 모든 제품을 전수조사하는 등 무리한 검역이 이뤄졌다.
중국은 우리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단계별로 보복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직후에는 언론 등을 통한 여론 압박에 그쳤으나, 사드 부지가 확정된 지난해 말 이후 한국 드라마 방영 규제, 유커의 방한 제한 등 한한령을 확산시켰고, 끝내 사드 부지 제공을 한 롯데를 겨냥한 롯데마트 영업정지 등 한국상품 불매운동으로도 이어졌다.
일부 철강, 화학, 태양광 제품들에 대한 중국의 반덤핑 조사나 통관 지연 등의 조치는 예전에도 있었지만 사드가 이슈화되며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배제는 사드 이슈가 첨예화되면서 중국 측 입장이 더욱 완고해졌다"며 "자국산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시장 개입 명분을 찾고 있던 중국 정부에게 사드가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암초다. 지난 15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 금리 목표치를 0.5~0.75%에서 0.75~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자본유출을 우려, 시장의 차입비용을 올리며 미국의 통화정책에 즉각 반응했다. 중국에서 긴축기조가 나타나자 화학, 철강 등 원자재 시황은 하락 조정에 들어갔다. 시황이 계속해서 하락하면 관련 제조업체들의 수익성도 나빠진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연내 3차례 이뤄질 전망이다. 한·미간 금리차가 역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3월 현재 만기 5년 이상의 국채 수익률에서는 이미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자본유출의 위험이 커진다. 시중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에 SK와 두산 등 주요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기 호조를 동반하지 않는 금리인상은 기업들에게 폭탄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