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23일 1073일간 바닷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섰다. 본 인양 완료를 위해 6800톤 무게의 세월호 13m를 들어올리는 데는 만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 인양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5시간 만에 결정됐다. 지난 3년 동안 인양 지연과 관련된 의문이 수없이 제기됐던 만큼 '늦은 인양'에 대한 아쉬움과 정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에 성공한 인양 방식은 세월호 선체를 수면까지 끌어올린 작업이다. 세월호를 받치는 역할을 하도록 세월호 아래면에는 철제 리프팅 빔(인양 받침대)이 설치돼 있고, 이 리프팅 빔과 잭킹바지선의 와이어가 연결돼 선체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번에 시도한 인양 방식이 세월호 인양을 맡은 상하이샐비지가 제안한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업체가 제안한 방식이 실패하자 다른 회사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시간만 허비하게 됐다.
실제 지난 2015년 8월 세월호 인양 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는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당시 입찰에 실패한 업체는 기술평가 1위였으며 이번에 이뤄진 인양 방식을 주장했다.
또 상하이샐비지가 인양 업체로 최종 선정될 때 정부는 1년 안에 인양을 마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인양작업은 계속 미뤄져 인양 완료시점이 2016년 7월에서 8월 이후로, 다시 2016년 연내로, 또 다시 2017년 6월 내로 늦춰졌다.
전문가들은 인양이 미뤄진 이유로 정부의 부실한 사전조사와 판단착오를 꼽는다. 상하이샐비지는 작년 3월 인양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선수(뱃머리)에 리프팅 빔을 끼우는데 성공했지만 선미(배꼬리)부분 설치 작업은 계속 지연돼 결국 시간을 지체해 버렸다.
리프팅 빔 설치 이후에는 와이어를 연결해 해상 크레인에 걸고, 크레인을 수면 위로 들어올려 세월호 선체를 플로팅 독에 실어 목포항 부두에 거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리프팅 빔 지연으로 인양 시기가 겨울로 밀리면서 운반 방식 또한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해상 크레인을 '잭킹 바지선'으로, 플로팅 독을 '반잠수식 선박'으로 각각 변경해서야 본 인양이 가능해졌다.
김형욱 전 세월호 특조위 조사관은 "처음 정부가 선정한 상하이샐비지의 인양 방식은 다른 업체들의 사업 제안과 달랐는데도 해수부는 이곳을 고집했다"며 "그러나 결국은 다른 업체들이 제안했던 방식으로 인양을 하게되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만큼 시간과 예산 낭비, 무엇보다 하루 빨리 인양해서 미수습자를 유가족 품에 보내줘야 하는데 그들의 아픔만 더 키웠다"며 "더 일찍 세월호가 올라올 수 있었을 텐데 그 많은 시간을 애태웠다고 생각하니 허망하고, 여기저기 훼손된 배 외관을 보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