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주 전환 쉽지 않아"…APG자산운용 "지배구조 개선 지지"

입력 : 2017-03-24 오전 10:51:53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안팎에서 주지하는 대로 체제 전환 환경이 열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체제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법률, 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며 “다만, 부정적 영향이 존재해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다. 6개월여 정도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그 사이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여론이 악화됐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의 인적분할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주 찬성표를 얻기가 힘들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인적분할 시 자사주 활용을 규제하는 ‘이재용법’ 등 상법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오는 5월말이나 6월초쯤 체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전자가 주주친화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주주환경을 우호적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권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서 약속한 대로 전년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의 2016년 배당,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올 1분기부터 분기배당 시행 등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위원회는 올해 4월말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으로 현재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될 거버넌스 위원회는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의 심의와 주주와의 소통강화를 위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존 CSR(기업의 사회책임) 위원회 역할도 병행할 예정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례적으로 해외 기관투자가(네덜란드)인 APG자산운용이 주총장에서 삼성전자의 주주친화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을 지지하는 의사를 표했다. APG자산운용 관계자는 “배당 증가나 자사주 매입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 그런 주주친화정책이 나오게 된 경영철학의 변화에 주목한다”며 “주주들이 오랫동안 아쉽게 여긴 부분인데 지금은 주주 배려를 충분히 해야 될 필요가 있다는 결단을 1년 전에 내린 것 같고 주주로서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반적인 거버넌스 구조 개선의 노력이 있었는데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바꾼 점, 거버넌스 위원회 설립 등 그런 부분의 투명성 확보 노력에 좋은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외적 부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영진은 그동안 경주해 왔던 쇄신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추진해줬으면 한다”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권 부회장은 “공익목적 지원이 본의 아니게 사용돼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경영이나 기부 등 모든 활동에 대해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의 투명성 제고 방향으로 진행해 주주 여러분께 많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뇌물공여혐의에 걸린 기부금과 후원금 지원 목적에 대가성이 없음을 강조하며 이 부회장을 측면지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202조원과 영업이익 29조원 달성 등 지난해 경영성과가 보고됐으며, 의안으로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에 오른 가운데 이사보수는 지난해 246억원(일반보수 168억원, 장기성과보수 78억원)에서 올해 550억원(일반보수 300억원, 장기성과보수 250억원)으로 상향됐다. 배당은 보통주 주당 2만7500원, 우선주 2만7550원이 확정됐다. 지난해 기말배당 보통주 2만원, 우선주 2만50원보다 확대됐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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