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기존 ‘친문(문재인)’ 대 ‘비문’으로 양분됐던 더불어민주당 세력구도가 당 내 대선후보 경선전이 본격화 하며 새롭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특히 비문계열 의원들의 각자도생식 분화가 눈길을 끈다.
지난 25일 문재인 전 대표 캠프 합류를 결정한 김두관 의원은 당 내 대표적인 ‘비문’ 의원이자 지난 18대 대선 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당 내 후보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랬던 그가 문 전 대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겸 지방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26일 “노무현 대통령을 같이 모셨던 공통점도 있기에 화해가 필요했던 시점이 아닌가 싶다”는 말로 캠프 합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대선 경선 중 문 전 대표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던 김 의원의 캠프 합류는 문 전 대표의 통합 이미지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의원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같은 날 당 내 또다른 대표적 비문 의원인 이종걸 의원의 경우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제가 구상하는 재벌개혁과 정당·국회·정치개혁, 적폐청산의 방향이 이 시장과 같기에 그를 지지한다”며 “당 내 민주주의가 보장된 민주당을 만들 적임자라는 점도 지지 이유”라고 밝혔다. 당초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합류가 점쳐지기도 했던 이 의원은 이 시장 캠프의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 각 대선 캠프는 세불리기식 영입을 자제하고 실무형 캠프를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가 당 지원조직과 별개 운영된 것이 패인 요인으로 꼽힌만큼 대선 후보가 정해진 후에는 당 중심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그러나 각 의원들의 정치적 입장과 각 캠프의 필요에 따라 당 내 의원들의 이합집산이 진행 중이다. 특히 당 내 비문 의원들의 대규모 안 지사 캠프 행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탈당 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당 밖에서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를 구성한다는 그의 구상이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그와 절친한 관계에 있던 의원들의 탈당설이 사라지는 대신 당 내에서 살길 찾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캠프 멘토단장으로 있는 박영선 의원은 최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관계자도 ‘싸가지 있는 친노(노무현)는 다 안희정 쪽에 가 있다’는 말을 하는데 뒤집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거나 문 전 대표의 ‘강물론’에 대해 “오물까지 다 쓸어서 잡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말로 문 전 대표측을 자극하기도 했다.
일부 비문 의원들의 문 전 대표 캠프 합류는 당 내에서 여전히 ‘친문 패권주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외연확장·통합행보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8일 송영길 의원을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이런 과정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따른 이른바 ‘대세론’이 작용한 결과일 뿐이라는 평가 절하도 나온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문 전 대표가 대세이니 따라 들어가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두 캠프에 적어도 두 자릿 수 이상의 의원들이 합류한 것과 달리 이 시장 캠프에는 5명 내외의 현역 의원들이 활동 중이다. 유승희 의원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 시장과 사법고시 동기(정성호), 대학 동문(김영진), 같은 지역(김병욱) 등의 인연으로 엮여있다. 이 시장은 타 캠프의 대규모 영입을 보여주기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의원 중 기동민·남인순 의원 정도 외에 상당수가 아직 타 캠프 합류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로 관심을 모은다. 이인영·우원식·유은혜 의원 등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그룹을 놓고도 각 캠프는 영입을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얼마 전까지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했던 김부겸 의원이 누구를 지지할지를 놓고도 관심을 쏟고 있다. 김 의원의 지지조직 새희망포럼의 부산지역 활동가 200여명은 최근 문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