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4차 산업혁명 선제적 대응, 정책금융이 핵심이다”

체계적이고 일관된 로드맵 있어야…정부의 과감한 자금 지원도 필수

입력 : 2017-03-28 오전 10:56:00
한국경제는 지금 누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의 실업률은 5%를 기록, 실업자만 135만 명에 이르렀다. 더구나 대통령탄핵이라는 정치적 혼란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정부는 경제정책에 힘을 쏟을 여력도 없어 보인다. 그러는 사이 세계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변화가 진행되면서 우리가 자칫 잘못 대응할 경우 경제성장은커녕 불황과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과제다. 이는 국가경영전략에서부터 산업정책과 사회정책 등 모든 분야의 총체적 대응을 필요로 한다. 그 중에서도 경제흐름을 원활히 해주는 금융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젬마 경희대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편집자)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모든 대선 주자들의 주요 정책 과제다. 산업·기술의 포괄적 융합, 플랫폼 경제 및 지능적 자동화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대선주자들은 새로운 규제환경을 조성하고 재정지원을 늘리는 한편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1~3차 산업혁명의 성공 이면에는 금융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에 있어 정책금융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
 
금융의 첫 번째 주 기능인 ‘원활한 자금공급’은 사소하게는 산업 활성화의 윤활유 역할부터 더 나아가서는 산업 성장의 핵심적 동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자금이 산업에 스며드는 과정은 시장의 니즈(needs)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점진적이고 자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골자를 이루는 초기단계의 신산업에 민간 은행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며 충분하게 자금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한정적인 자금을 운용하는데 있어 고리스크,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다.
 
성공 확률이 불투명한 신산업보다는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증명된 기존의 산업에 자금을 공급·운용하는 것이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민간 금융기관들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에는 초기단계에서부터 집중적이고 과감한 자금 지원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러한 이유로 수익률 추구보다는 아직은 증명되지 않은 신산업의 리스크를 과감히 떠안는 정책금융의 선도적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면 정책금융이 4차 산업혁명의 선도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첫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성장 산업 및 기술에 대한 산업별·품목별 분류가 갖추어져야 한다.
 
기존의 어수룩하고 불분명한 신산업 지원 분류 기준으로는 정책금융 기관들이 적재적소 지원에 혼선이 있어왔다. 일관된 분류 및 지원 기준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정책금융기관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복지원과 같은 비효율적 자금집행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 꼭 필요한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자금이 지원될 수도 있다. 늘 지적되듯이 ‘무늬만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자금지원과 같은 폐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정책금융기관간의 유기적 협업체계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수의 정책금융 기관들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보증기관이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무역보험공사와 같은 기관들도 정책금융의 기능을 다방면에서 수행한다. 이들은 각각의 설립목적과 기능을 바탕으로 정책자금을 차별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4차 산업관련 신산업에 효과적으로 지원되기 위해서는 이들 기관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중복지원 등 재원낭비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우수기술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표적 기업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들 기관의 정책자금 지원대상과 내용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도 중요한 과제다.
 
셋째, 정책금융의 원천은 국민의 혈세다. 자금의 원천이 무한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헛되이 쓰여서도 안 된다. 정책금융기관이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적재적소에 자금이 공급이 됐는지에 대해 컨트롤 타워를 운용하는 것도 필요한 과제다. 이를 통해 신산업 분류, 지원대상, 자금지원규모, 성과분석 및 사후 관리 등 정책자금 집행과 관련된 전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끊임없는 개선노력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집행과정에 있어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신속하게 기준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사전·사후적 노력도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대선 주자들에 바란다.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의 선제적 대응에는 금융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정책금융이 민간금융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효과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체계적인 로드맵 수립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책금융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계적이고 일관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업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및 관련 융합산업까지 포괄해야 할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월22일 오전 경기 의왕 현대위아 의왕연구소에서 열린 제1차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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